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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1025231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5-06-16
책 소개
목차
배따라기 | 김동인
감자 | 김동인
빈처 | 현진건
B 사감과 러브레터 | 현진건
물레방아 | 나도향
화수분 | 전영택
탈출기 | 최서해
홍염 | 최서해
레디메이드 인생 | 채만식
봄봄 | 김유정
동백꽃 | 김유정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백치 아다다 | 계용묵
날개 | 이상
장삼이사 | 최명익
달밤 | 이태준
작품 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늘에도 봄이 왔다.
하늘은 낮았다. 모란봉 꼭대기에 올라가면 넉넉히 만질 수가 있으리만큼 하늘은 낮다. 그리고, 그 낮은 하늘보다는 오히려 더 높이 있는 듯한 분홍빛 구름은 뭉글뭉글 엉기면서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나는 봄 향기에 취하여서 한참 구름을 따라 눈을 굴리다가, 눈을 장림으로 향하였다.
장림의 그 푸른빛. 꽤 자란 밀보리들로 새파랗게 장식한 그 장림, 그 푸른빛. 만족한 웃음을 띠고 그 벌에 서서 내다보는 농부의 모양은 보지 않아도 생각할 수가 있었다. (〈배따라기〉)
그는 이상하게 놀라지도 않고 천연히 물었다.
“너! 어디캐 여게 완?”
아우는 잠자코 한참 있다가 겨우 대답하였다.
“형님, 거저 다 운명이외다.”
따뜻한 불기운에 잠이 들려 하던 그는 화닥닥 깨면서 또 말하였다. (〈배따라기〉)
복녀의 도덕관, 내지 인생관은 그때부터 변하였다.
그는, 여태껏, 딴 사내와 관계를 한다는 것을, 생각하여 본 일도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요 짐승의 하는 것쯤으로만 알고 있었다. 혹은, 그런 일은 하면 탁 죽어지는지도 모를 일로 알았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일이 다시 있을까. 사람인 자기도 그런 일을, 한 것을 보면, 그것은 결코 사람으로 못 할 일도 아니었었다. 게다가, 일 안 하고도 돈 더 받고, 긴장된 유쾌가 있고, 빌어먹는 것보다 점잖고, ……일본말로 하자면 삼박자 가진 좋은 일은, 이것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비결이 아닐까. 그뿐이 아니라, 이 일이 있은 뒤부터, 그는, 처음으로 한 개 사람으로 된 것 같은 자신까지 얻었다.
그 뒤부터는, 그의 얼굴에, 조금씩 분도 발리게 되었다. (〈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