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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2490396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1부
누에의 몸을 빌리다│가운뎃점│어느 어촌 정류장에서│동행│붕어빵│메일│시간당 아르바이트│길│선인장 꽃│회심│잊는 연습│하루살이 인생│번아웃증후군│몽돌에 대한 소묘│쓰레기를 비우며│자화상│잘츠캄마구트를 찾아서│매남 가는 길│쳇바퀴│거리│엄마의 남자│인생이라는 놈│철쭉제│귀향│융프라우요흐를 오르면서│저녁단상
2부
들꽃이 피는 이유│번데기│숨│첫여름│나이테│무제(無題)│시냇물│그리움│상실│자전과 공전│어느 할머니의 독거│매미│여름 밤│하루│별시인의 느억맘│부담│오지│물수제비│문상│외로움│시래깃국
3부
먼그대│당신│음악이 흐르는 어느 오후에│외도│평생사랑│행주│너를 생각하며│봄 바다를 바라보며│흰 눈이 오는 날│마음 밭│봄밤│술│12월 어느 날에│2월│기웃거리기│재첩사랑│성찰│봄날은 간다│가을 강│아름다운 한글│나무│러닝머신 위에서│글쓰기│사과│목소리│꿈꾸는 시│동해의 바위를 보면서│산다는 것은│마른 바다의 물방울│분수│어떤 시인
해설
영혼의 노래_김용하(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 잠을 자고난 벌레는
깨어나고 또 자고
오령이 되어 섶으로 옮겨 가
제 입으로 자아낸 고치 속에 파묻혀
하늘을 날게 되는 운명을 알고 있을까
그 운명에 대해 기도는 할까
열 잠을 세 번 쯤 반복해야
가까스로 신의 잔치에 초대 받을 수 있다고
몇 잠을 잤을까?
저번 잠의 기억
기억이란 단어가 무색하다
숫제 하얀 백지다
등불이나 횃불로 밝힐 수 없는 지난 잠
다음 잠 또한 유추할 수 없는 까만 밤
― 박명희, 「누에의 몸을 빌리다」 전문
몸의 절반은 물
주야로 흥건히 젖는다
젖는다고 다 슬픔은 아니다
온통 젖은 채
양은대야 안에 정좌를 하고
가스레인지 위에서
뜨거운 명상을 한 다음
변변찮은 소갈머리마저
다 뱉어낸 후
꼿꼿이 세운 발길만이
옮길 때마다 정갈하다
속에 있는
죄와 허물도 마찬가지다
― 박명희, 「행주」 전문
드디어 석녀가 태몽을 꾼다. 이것이 갈망하던 환생 아닌가? 시인은 무에서 유를 창출해낸다. 시인이고자 한 애초부터 천형으로 지녔던 것을 풀어내는 과정이 시 쓰는 일이었다. 혼자 크던 일, 혼자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모든 일, 혼자서 인생 결정을 내리기까지 망설이던 시간들, 생각하면 시의 감성이 혹독한 트레이닝 순간이다. 천부적인 많은 시인들이 천형의 시름을 안고 수난의 가운데를 걸어 나와 돌아보며 쓰는 과정이 있다. “이성이 마비되고/ 심장이 찢어질 듯 아프다가/ 당장에 멎을 듯 하”(「당신」)는 순간이 있다. 시인은 이 가운데를 가로질러 건너와 쓰기를 지속한다.
― 김용하 평론, 「영혼의 노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