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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2491584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4-11-25
책 소개
목차
prologue
#01_시간 옴니버스(omnibus)
서머타임(summer time)
첫 봄
조금 늦은 봄
아주 늦은 봄
#02_폭발의 실체
#03_다른 아줌마
#04_무지개
유학의 꿈
스카이 트레인
과부하
모성
제석
사고
최선
#05_가림막
봉사
목회자
준수, 준서 그리고 제석
친정어머니
#06_마지막
아는 얼굴들
새벽기도
한숨
#07_아름다운 날
나락
혼자의 밤
유학촌
#08_끝자락
만찬
마지막 밤
마음
희망
#09_보이는 끝
마지막 날
전날
공항
이사 이후
#10_제주
가는 길
집
혼자 가는 길
담판
제석의 마음
부영의 시간
epilogue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일이면 이사다. 어둠 속에 쭈그리고 앉아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은 잠들었다. 집은 어수선했다. 이사할 짐은 대부분 이민 가방에 실었지만, 얼마 전부터 청소는 하지 못했고 먼지가 곳곳에 널려있었다. 쓰레기도 차고 넘쳤다. 아직 다 싸지 못한 짐은 마지막 남은 이민 가방에 넣어야 했다.
마지막 일러스트는 그리다 말았다. 책상은 물감과 색연필로 어지러웠다. 멍한 부영은 옷을 입은 채로 욕조로 들어갔다. 순간 사라지고 싶었다.
새벽이 왔다. 젖은 상태로 머리에 수건을 얹고 손에 수건을 두르고 일러스트 마무리에 박차를 가했다. 마음에 들지 않은 또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부영의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다시 커피를 내리고 속에 그걸 또 한없이 부었다. 잠과 밤은 그렇게 사라졌다. 아이들이 자는 소리에 텔레비전을 켰다. 아이들의 숨소리보다 텔레비전 소음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부영의 통통하던 볼은 이미 광대를 사정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테라스로 갔다. 젖은 몸에 바람은 스산했다. 테라스 아래를 보니 사람이 두려움을 느낀다는 그 정도 높이였다. 멀리 다른 아파트의 불빛과 더 너머에는 부자들만 산다는 주택가 불빛이 보였다. 저곳에는 한국의 모 정치가의 아들도 산다는 소문이 있었다. 집에 엘리베이터도 있고 수영장도 있는 집이 널렸다고 했다. 부영은 그런 게 부러웠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꿈도 이루지 못한다면 그 대가로 저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는 했다. 그리고 더 멀리 시선을 돌리자 바닷가 멀리 절벽이 보였다.
그리고 그 끝에서 하늘을 보자 별 하나가 보였다.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저 별이 되고 싶다!’ 하염없이 별을 보았다. 사춘기 때조차 한 번도 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던 부영이었다. ‘난 여기서 죽고 싶어. 여기서 죽어 저 별이 되고 싶어.’
생각은 한발 더 나아갔다. ‘꿈을 이룬다면 저 절벽에 통창으로 된 집을 짓고 혼자 살 거야 나 혼자서. 그리고 죽어 저 별이 될 거야.’ 생각은 구체적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절망에 생각은 진화를 멈추고 퇴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 #09 보이는 끝, 「전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