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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2491287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2-04-15
책 소개
목차
01. 귀향
02. 집으로
03. 굴 안 동네
04. 철모르는 아이들
05. 어멍 아방의 시간
06. 부아가 일다
07. 난리 전 행복
08. 환란의 징조
09. 돌이킬 수 없는 시간
10. 구사일생
11. 다른 순자
12. 입굴(入屈)
13. 굴 안 서동
14. 제주에 온 첫날
15. 행복하다
16. 토벌대
17. 순자
18. 순자야 놀자
19. 이후
저자소개
책속에서
국밥으로 속을 채우고 센베이와 화과자로 마음을 채운 그들은 관덕정 옆에 있는 ‘제주북국민학교’로 걸음을 옮긴다. 관덕정으로 다가가자 아방에게 안긴 순자는 눈이 휘둥그래진다. 큰 기와집을 본 순자 눈에는 이곳이 궁궐 같아 보였고 그걸 본 순자의 표정이 굳어진다.
“어멍, 여기 임금님이 살아마씸?”
언제고 어멍이 읽어준 그림책 이야기에 나온 임금님이라는 글자를 기억해낸 순자는 이곳이 그곳일 거란, 상상에 빠지지만, 상상보다 더 큰 두려움이 몰려오고 어린 순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떤다.
서동에 온 첫날 얻은 동화책을 읽어주며 누가 들을세라 조용히 자기에게만 하던 어멍 말이 생각난다. 둘만 있을 때면 항상 순자는 어멍에게 다짐을 받고 또 받았다.
“일본에서 살았다는 거 골지마라 알안. 그러면 다시 아방 아플 수 이서. 그러니 꼭 명심허라 알안!”
어멍은 시간만 나면 그리 주문을 외우듯 다짐을 받으며 순자의 입을 막았다. 태어났을 때 발육이 좋아 걸음은 물론 말도 빨라 누구보다 수다쟁이였던 순자는 어멍의 다짐이 계속될수록 늦된 아이처럼 말도 줄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순자가 되어갔다.
옥선도 그게 마음에 걸렸고 죄책감이 들긴 했으나 주문 같은 그 말은 멈춰지지 않았다. 의지로 멈춰질 말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순자는 동화책 장면이 떠오를 때면 어멍의 그 다짐이 생각나며 동화책 보는 걸 싫어했고 동화책에 있는 그림과 비슷한 장면만 보아도 꼼짝 없이 귀를 막고 사시나무처럼 떠는 버릇이 생겼는데 여기서도 그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 「08. 환란의 징조」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