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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2491492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3-11-29
책 소개
목차
할마시
치매 앓이
뜻밖의 소식
꿈결
후회
1948년 여름
만나기 전
상견례
배신과 배신
끝나지 않은 끝
오해와 착각
드러난 진실
몰살의 서막
잔혹한 밤
다시 시작
어린 순영
밝혀지는 시간
구사일생
시작된 파국
부산으로
오해는 깨어지기 마련
연줄
충격
새 집
희망이란 게
또 헤어짐
모든 게 드러나다
다시 순영
저자소개
책속에서
동막 앞으로 몰려든 그들은 각자의 속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당장에라도 방에서 끌어내 조리돌림이라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딴 것에 쫄 동막도 아니었다. 가소롭다는 듯 패거리를 쭉 훑어보더니 맹수의 본능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가장 센 기철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으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기철의 목덜미가 찢겨나갔고 피가 하늘로 솟구쳤다. 동맥이 끊어진 것이다. 덤벼들던 놈들은 짐승 같은 짓거리에 뒷걸음쳤고 고통에 버둥대던 기철이 잠잠해졌다. 죽은 것이다!
삽시간에 피 냄새가 진동했고 목덜미 살점을 질겅거리며 나머지 놈들을 노려보는 동막의 기세는 사납다 못해 살이 떨릴 지경이었다.
“또 누게 살점을 물어뜯을 거라? 듬벼보주 빙신새끼들아!”
벌겋게 일어난 얼굴에 피로 범벅이 된 이빨! 공포 그 자체였다.
더는 나서는 이가 없었고 몇 놈은 오줌을 지렸는지 피비린내에 지린내가 붙었다. 반란의 전의는 사라졌다. 눈앞에서는 해가 완전히 사라졌고 피비린내에 섬뜩함이 더해졌다. 피 묻은 입을 손으로 쓰윽 닦고는 얼빠진 패거리를 뒤로 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피 묻은 손가락과 이빨로 먹다 남은 밥알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고서야 밖으로 나왔다.
패거리는 동막의 눈을 피했고 고개를 숙인 채 꽁지까지 감추었다. 항복을 몸으로 말하고 불만은 속으로만 군실거렸다.
― 「1948년 여름」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