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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62520864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3-06-30
책 소개
목차
대나무 그물
내 이름은 해수
길 잃은 거북들
기눅굴의 왕거북
해수의 소문
대통령의 명령
해수의 운명
경무대에서 온 손님
해수에서 서구로
대통령을 만난 서구
전쟁의 비극
이상한 혹
경무대로 간 서구
할아버지가 되어
부록_바다거북과 경무대
작가의 말
책속에서
“저건 뭐야?”
상원은 대나무 그물 안에 들어 있는 괴물 같은 걸 가리켰다. 괴물은 입만 떠억 벌리고 움직이질 않았다.
순배가 어장 쪽으로 조심조심 다가갔다. 숨소리를 죽였다. 어장 안에 물고기들이 없었다. 도미나 우럭, 숭어 같은 것들이 한 마리도 없었다. 대신 등껍질이 붉은 커다란 거북이 들어앉아 있었다. 큰 거북 옆엔 어린 거북들이 어기적어기적 기어다니고 있었다.
상원은 어린 거북들을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모두 해서 다섯 마리였다.
“우와! 순배 삼촌. 이게 뭔 일이야?”
“오메. 나도 잘 모르겠다.”
상원은 어장 안에 들어 있는 거북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들뜬 소리로 물었다.
“야! 너희들은 뭐야? 왜 여기 있어? 어떻게 들어온 거야?”
“우와, 거북이 엄청 크다!”
“어쩌다 이리로 잡혀 왔을꼬?”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면 해수는 싫다는 듯이 두 팔로 날갯짓을 했다. 그때마다 모래가루가 사람들이 서 있는 곳까지 날아갔다.
“어머머! 저것 좀 보소.”
사람들이 뒤로 물러섰다. 아무도 해수 곁으로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해수는 고통스러웠다. 두 날개를 파닥일 때마다 계속해서 모래알이 눈으로 들어왔다. 상원은 눈물을 흘리는 해수를 보면서 울상을 지었다.
그 여자는 술병을 들고 있었다. 남자가 내리자마자 잽싸게 해수의 등에 올랐다.
“아나, 거북아. 이 술 한잔 먹어라. 내 자식들 돈 많이 벌게 해 다오.”
여자는 해수의 입에 막걸리를 억지로 쏟아부었다. 해수는 뒷발을 파닥이며 힘들어했다.
어떤 늙은 남자는 소주가 든 은색 주전자를 그대로 해수의 머리에 들이댔다.
“이 술을 마시고, 나 아픈 곳 좀 낫게 해 다오.”
그때마다 해수는 고개를 움츠렸다.
“하하하 하하하하.”
구경꾼들은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잠시 후 어떤 남자가 짚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해수의 등껍질 위에 들고 온 짚을 얹더니 불을 붙였다. 해수는 뜨거움을 참느라 몸을 움칠하며 발버둥을 쳤다. 구경꾼들은 말 못하는 해수를 함부로 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