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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2997284
· 쪽수 : 354쪽
· 출판일 : 2019-06-07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004
1. 멸치국수: 아침, 그리고 만남의 시작 … 008
2. 김치말이국수: 당신은 정말 누구십니까? … 026
3. 쇠고기뭇국 국수: 낯선 듯 익숙해지는 풍경들 … 038
4. 바지락 칼국수: 정신 차리고 보니 나도 모르게 … 053
5. 함흥냉면: 그대 마음에 내가 들어갈 수 있다면 … 069
6. 콩국수: ‘사이다’ 같은 순간이 필요할 때 … 083
7. 막국수: 즉석을 표방한 만남의 준비 … 102
8. 모리국수: 국수장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 117
9. 짜장면: 시간은 촉박하고, 배는 고프고 … 131
10. 우동: 아픈 사랑 위에 반창고를 붙여라 … 149
11. 잔치국수: 소면이냐 중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172
12. 구포국수: 특별한 인연은 색다른 곳에서 나타난다 … 193
13. 딴딴면: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 … 230
14. 팥칼국수: 과연 이 길이 내게 맞는 길일까 … 260
15. 올챙이국수: 당신을 웃게 할 수는 없겠지만 … 283
16. 안동 건진국수: 떠나가더라도 인연은 이어지리 … 308
에필로그: 또 다른 인연, 그 새로운 시작 … 339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나, 다시 한 번 내려가려던 내 눈꺼풀은 곧이어 들려오는 ‘아삭’ 하는 소리에 곧바로 들어올려졌다. 산 정상에서 들리는 다른 이의 메아리처럼, 아삭거리는 소리는 꽤 여러 번 반복해서 다시 귓가에 울려퍼졌다.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듯, 김치의 알싸한 향이 내 입 안을 봄날 학교 앞에서 불어 오는 산들바람처럼 감싸고 돌았다. 김장독 대신 락앤락 속에서라도, 몇 개월간 그 안에서 사람의 몸 안으로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을 김치는 그 붉은 수트를 입은 아이언맨의 필살기와 같은 강렬한 맛으로 노련하게 내 혀를 가지고 놀았다.
“무슨 걱정인지는 모르지만, 다 잘될 거요. 이거 먹는 동안 사라지게 될 걱정이라면 사실은 별거 아닌 걱정이겠죠.” 국수장이는 그렇게 말을 잇고서는, 자기 몫의 그릇을 들고서 싱크대를 향했다.
다만, 이제 정웅이 녀석을 생각하면 콩국수가 떠오르고, 내 마음을 한동안 헤집어 놓고 돌아간 ‘그 여자’에 대한 기억은 한 그릇의 뜨끈한 우동에 오롯이 담겨진다. 그렇게 보면, 현태 씨와 그가 만들어 낸 국수는 한겨울의 추위를 몰아낼 수는 없어도 그것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외투쯤은 되었던 것 같다. 이 생각을 하니 괜히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건, 다만 돌아가는 믹서기를 가만히 보는 것이 어지러워서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