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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0592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18-07-26
책 소개
목차
0. 이지호
1. 스물
2. 거리
3. 스물일곱
4. 다음에
5. 간격
6. 최수현
7. 너의 의미
8. 봄비
9. 폭풍우
10. 환절기
11. 깃들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2학기가 되어서도 이지호는 반 1등과 전교 석차 1등을 달리며 자신의 자리를 견고히 했다. 전교 1등과 2등. 1학기 회장과 부회장. 4분단 맨 뒤와 1분단 맨 앞. 내내 정해져 있던 거리가 좁혀진 것은 9월 모의고사를 코앞에 둔 어느 토요일 자습실 안에서였다.
주말에도 학교에서 자습하는 건 학교가 학원에서 가깝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8시부터 12시까지 자습, 1시까지 학원. 다를 바 없는 스케줄을 곱씹으며 자리에 앉아 책을 펴는데, 그날은 왜 그렇게 잠이 쏟아졌는지.
몇 번이나 세수를 하고 돌아와도 자리에만 앉으면 귀신같이 잠이 쏟아졌다. 창가 바로 옆자리라, 부러 커튼을 전부 치고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깨어 있으려 노력하는데도 금세 또다시 잠이 왔다.
‘…….’
내가 지금 자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눈이 떠졌다. 머리는 어느새 책상에 옆으로 돌아간 채 기대어 있었다. 풀어야 할 문제집은 안락한 베개 신세가 되어 있었다. 잠이 들었다 이제 막 깨어난 것을 인지한 뒤에 바로 보인 것은…… 이지호였다.
자기 자리도 아닌 내 옆자리에 앉아 자리를 구분하기 위해 튀어나온 얇은 가벽 모서리에 기대어, 새빨개진 얼굴로 눈을 깜빡이고 있는 이지호.
나는 그 순간 짐작할 수 있었다.
‘너…… 왜 그런 얼굴로 날 보고 있었어?’
아무리 무지한 사람이라도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이지호는 자신의 모든 감정을 얼굴에 내비치고 있었다.
‘이지호.’
‘…….’
이지호는 모든 걸 드러냈고, 나는 확실히 알았다.
‘왜 그렇게 봐?’
나는 알면서도 물었다. 왜 그렇게 나를 보느냐고.
이지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하게 알았다.
이지호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달아나는 이지호의 빠른 걸음이, 조그만 등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