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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0790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8-08-29
책 소개
목차
Chapter 10 78
Chapter 11 121
Chapter 12 212
Chapter 13 272
Chapter 14 332
에필로그 390
외전 Prince in Love 01 396
외전 Prince in Love 02 426
외전 Prince in Love 03 451
외전 Prince in Love 04 472
저자소개
책속에서
“차라리 내게 살려 달라고 비는 건 어때.”
그의 손에 약간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연약한 목울대가 그의 손안에서 꿈틀거렸다. 그녀는 떨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악마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짓 따윈 하지 않아.”
“대단한 자존심이군.”
유리가 입술을 비틀었다. 그의 손가락이 헤이나의 여린 얼굴을 타고 올라와 그녀의 새빨간 입술을 한 번 쓸었다.
“기우제 전까지 잘 한번 생각해 봐. 고고하신 성품을 가진 콘스탄스의 옛 공주가 내 발 아래 노예처럼 엎드려 빈다면, 있지도 않은 관용이란 걸 베풀어 널 살려 줄 마음도 있거든.”
별로 기대는 안 한다는 표정으로 유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 헤이나는 그런 그를 보며 낮게 실소했다.
“그걸 보느니, 황제 폐하는 차라리 내가 자결하는 것을 바라실 거야.”
사실이었다. 명예를 목숨보다 중요시하는 콘스탄스였다. 적국의 노예가 된 것도 모자라 그의 발치에 엎드려 비는 짓이라니. 죽으면 죽었지,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던질 수는 없었다.
유리의 회색빛 눈동자가 잔인해지는가 싶더니 그의 커다란 손이 헤이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숨이 턱 막혔다. 끔찍한 공포에 심장이 튀어나올 듯 거세게 뛰었다.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단어를 함부로 내뱉는구나, 네가.”
“흡…!”
얼굴을 숙인 그가 그녀의 귓가에 느릿하게 속삭였다.
“날 화나게 하지 마. 네 몸에 허튼짓이라도 하는 순간, 지금 니케에서 숨죽이며 살고 있는 콘스탄스의 국민들 애 어른 할 것 없이, 남김없이 다 찾아내 죽여 버릴 테니까. 저승에 함께 갈 길동무들이 생겨서 좋을 수도 있겠군.”
그녀는 유리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르젠의 심장에 칼을 꽂고 그것도 모자라 그의 목을 베었다. 콘스탄스의 국민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마치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이.
“저승길에서 네 바로 뒤를 따르게 되는 건, 물론 콘스탄스의 옛 황제와 황후일 테고 말이야. 그 시체가 어떤 꼴이 날지는 내가 몇 번이나 친절히 말해 줬으니 잘 기억하고 있겠지?”
“으흡….”
수치스러움과 모멸감 그리고 그보다 더한 공포에 헤이나의 초록색 눈이 엉망으로 흔들렸다. 결국 두려움의 결정체가 툭, 하고 뺨을 타고 흘러 그녀의 입을 막고 있는 유리의 손에까지 닿았다.
“이래도 자결할 생각인가?”
헤이나는 입이 틀어 막힌 채 고개를 가로저었고, 유리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타는 듯한 붉은 머리를 그녀의 침상에 뉘었다. 그는 헤이나를 품 안에 꽉 끌어안고서 금방 쌕쌕 숨소리를 내뱉으며 곤히 잠이 들었다.
헤이나는 그가 출정을 마치고 오는 날이면 늘 그러하듯, 한숨도 자지 못했다. 두려움과 치욕이 뒤섞인 밤은 언제나 길었다.
신이시여. 당신이 진정 존재한다면 이 악마의 삼대를 멸하소서. 그것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음을 향해, 온몸에 달라붙는 두려움 따위 없는 것처럼 그리 걸어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