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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1193
· 쪽수 : 560쪽
· 출판일 : 2018-12-19
책 소개
목차
1. 벼랑 끝의 신데렐라 7
2. Carnival amour 24
3. 섹시한 나라의 앨리스?! 48
4. 외계인을 상대하는 몇 가지 방법 68
5. Night & Day 96
6. 빼앗긴 청춘에도 봄은 오는 걸까? 113
7. 하나님, 정말 이러시기입니까? 142
8. 내 인생의 태클 163
9. 이제 좀 제대로 살아 보겠다는데, 왜! 185
10. 설상가상(雪上加霜) 212
11. 미필적 고의 237
12. 참을 인(忍)자 셋이면 끊었던 술이 땡긴다 255
13. 겁쟁이와 거짓말쟁이 288
14. 휴전 321
15. 누가 저놈에게 쑥과 마늘 좀 먹여 주세요! 350
16. 타이밍 389
17. 집착에 미쳐 가고, 질투에 미쳐 가고 420
18. 세상은 좁고, 인연은 깊다 434
19. 진상과 진심의 한 끗 차이 451
20. 물과 사랑은 무거운 쪽으로 흐른다 478
21. 스크래치 499
22. 이 징그러운 사랑의 끝 516
에필로그 1. 환상적인 연인, 현실적인 연애 544
에필로그 2.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이야기 550
에필로그 3. 눈부신 나날들 55
저자소개
책속에서
무언가가 눈앞에서 휙 움직였다. 재빠른 손이 순식간에 그의 손에서 키를 채 갔다.
“미쳤어? 술 마신 데다가 손까지 다쳐 놓고 운전이 가당키나 한 소리야?”
기찬은 황망하게 멈춰 섰다.
“너, 점심도 굶었지! 그래 놓고는 여기 와서도 제대로 안 먹고 술만 마시고!”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뜨끈한 무언가가 위 속에서 다시 춤을 추었다. 기찬은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뭔 상관이야 안 먹는다며, 네가.”
유림이 옅게 인상을 썼다.
“혼자라도 먹었어야지 내가 안 먹겠다고 했다고 너까지 굶어? 네가 애냐? 베이비시터처럼 사람 붙어 있어야 밥 먹게!”
잔인한 빈정거림이 그의 혈관 속으로 독처럼 퍼져 나갔다.
“관둬! 가식은 딴 사람들한테나 떨라고. 피차 본질 빤히 아는데 나한테까지 천사 코스프레를 하고 싶냐? 배알도 없이?”
사나운 말들에 공기조차 유리 조각처럼 바삭바삭 깨지는 것 같았다. 문제는 그 깨진 유리 조각들이 자신까지도 할퀴고 있다는 점이었다. 욱신거리는 가슴의 통증을 숨기려 기찬은 턱에 더욱 힘을 주었다.
불그스름하게 물이 든 유림의 눈자위가 눈에 들어왔다.
“왜 매번 이런 식이야? 사람이 좀 좋게 나가면 그냥 호의로 받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래! 내가 너한테 거짓말 좀 했다 치자. 그게 그렇게 죽을죄니? 내가 그렇게 싫어? 내가 그렇게 못마땅해? 내가 그렇게 거슬리는 거냐고!”
그녀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그의 독기에 풀무질을 했다.
“그래! 거슬려!”
대답이 가차 없이 튀어 나갔다.
“너 거슬려. 거슬리고 신경 쓰여 미치겠어! 너 왜 앞에서 자꾸 알짱거리면서 사람 미치게 하는 건데! 너 왜……!”
넘실거리던 불덩어리가 결국 목까지 차올랐다.
순식간에 몸을 숙인 기찬은 유림의 뒤통수를 와락 당겨 안았다. 놀란 눈이 커다래질 틈도 없이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점령했다.
꽉 닫힌 말캉한 벽이 완강하게 그를 거부했다. 그러나 그 저항은 기찬을 더욱 집요하게 만들 뿐이었다.
붙든 힘이 강해지고 그녀에게로 그의 무게가 실렸다. 그에게서 도망치듯 유림이 고개를 틀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이내 차에 그대로 막히고 말았다.
그녀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기찬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유림이 오롯이 그의 품 안에 갇혔다.
차가운 손끝과는 달리 따뜻하기만 한 유림의 입술을 기찬은 다시 한 번 짓눌렀다.
쉽게 함락되지 않는 난공불락의 벽.
왈칵 치미는 충동으로 그는 아랫입술을 잘근 물어 당겼다. 예상치 못한 불시의 습격에 그녀가 비로소 빗장을 열었다.
드디어 유림을 차지한 기찬은 그녀의 입술 새로 비어져 나오는 옅은 호흡과 낮은 신음까지 몽땅 훔쳐 냈다.
산소 부족을 호소하는 뇌가 아니었다면 영원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찬은 유림으로부터 어렵사리 몸을 뗐다. 미친 듯이 둥둥거리는 심장소리가 자신의 것인지 그녀의 것인지도 구별할 수 없었다.
아까보다 훨씬 더 붉어진 눈자위를 보자 순식간에 이성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녀의 표정에서 칼바람이 불었다.
맞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은 한 발 늦었다. 이미 뺨에는 날카로운 통증이 날아와 박힌 후였다.
몸집이 두어 배 정도 차이가 나는 기찬조차도 휘청하게 할 정도로 강한 일격이었다.
악문 잇새로 그녀가 일갈했다.
“미친 새끼!”
빌어먹도록 정확한 지적이라 반박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키스의 여운이 아직 남은 탓에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는 손을 감춘 채 기찬은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이미 벌여 놓은 짓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더 대형 사고를 터트리고 싶지 않다면 당장 이 여자로부터 멀어져야만 했다.
최대한 빨리, 진짜로, 확실하게!
차와 키와 유림을 모두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겨둔 채 기찬은 그대로 그곳에서 몸을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