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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ve it or take it

Leave it or take it

(싫으면 버리고 좋으면 취하다)

예파란 (지은이)
  |  
동아
2019-03-27
  |  
9,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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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ve it or take it

책 정보

· 제목 : Leave it or take it (싫으면 버리고 좋으면 취하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1667
· 쪽수 : 384쪽

책 소개

예파란 장편소설. 29살, 완벽하게 채워질 것에 대한 기대감과 여전히 자신의 삶에 확신이 들지 않고 매순간 의심하게 되는 어수룩한 20대의 마지막. "저기, 오늘 시간 있어요?" 미쳐 날뛰고 싶은 밤, 그냥 저지르자 - 그녀, 한선희. "남자가 필요해요?" 이미 오래전부터 이상형이었던 그녀가 도발한다 - 그, 곽훈.

목차

프롤로그 ……… 7
1장 ……………… 31
2장 ……………… 54
3장 ……………… 80
4장 ……………… 107
5장 ……………… 133
6장 ……………… 182
7장 ……………… 207
8장 ……………… 234
9장 ……………… 260
10장 ……………… 283
11장 ……………… 308
12장 ……………… 333
에필로그 ……… 357

저자소개

예파란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음지(陰地)의 미향이 가득한 아름답고 도발적인 멜로를 쓰고 싶다. [출간작] 욕망의 꽃, 독화/가시덫(시린 눈빛에 젖어들다)/아름다운 놈/ 본능의 경계/감각의 법칙/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금단의 맛/ 몸짓/광란의 시에스타/황홀하게 짓밟히다/악희/숨결에 사로잡혀/ 새파란 향연/취한 밤/뷰티독의 취향/내 소원은 네가 들어줘/ 사랑에 빠져선 안 될 남자/쾌락과 공포의 유사성에 대해/ 남편이 되어 줄래요/스물, 동거/퀸의 티아라를 잡아라/ 계 본부장의 진중한 본색/예의바르고 음험한 놈/ leave it or tak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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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오늘을 지우고 싶었다.
그러려면 가장 뜨겁게 무너지는 것밖에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첫 경험으로 이보다 좋은 상대는 없어 보였다.
샤워기 아래 서서 몸을 씻은 후 비장한 얼굴로 거울 앞에 섰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가만히 자신의 몸을 쳐다봤다. 6개월을 사귀는 동안 범태는 양반 같은 남자인 척했다. 우아하고 격조 높아서 결혼 전의 여자는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둥의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잠자리를 마다했다. 그런 놈이 다른 여자와는 그런 밀애를 나눈단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술 끝이 저절로 비틀어졌다.
아버지 소개로 만난 관계니, 어찌 되었건 그녀의 뒤에 선 아버지 한 교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으리라. 그렇다고 해도 너무 속 보이는 거리 두기가 아닌가.
대체 뭣 때문에 분노하는 걸까?
고범태가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고 있는 걸 봤다는 사실에 분개한다기보다는 그동안 자신에게는 성적인 매력이 하나도 없었던 것에 대해 화가 난 사람 같았다. 적어도 그 경박한 신음 소리를 내던 여자보다야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몸매나 외모 면에서 나은 것 같은데 어째서 범태는 그 여자와의 잠자리를 가진 걸까?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남자를 이해할 이유도 없지만 자신이 여성으로서 전혀 아름답지 않다고 외면당한 기분이 들어서 미치게 자존심이 상했다.
애초에 범태가 지닌 학구적이고 지적인 외모나 분위기는 늘 아버지에게서 느끼던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런 남자를 향해 관심이 가거나 성적인 끌림을 느낀 적은 없다. 아버지와 너무도 겹치는 데가 많아서 사실 연애상대로서도 눈살 찌푸려지던 게 진심이었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추천한 사람이라 믿고 받아들인 건데, 결과는 참혹했다.
천천히 샤워기 밸브를 잠갔다. 사위가 고요하다. 밖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모든 걸 자신이 주도했고, 제안했다. 호텔 룸을 하나 잡았고, 계산도 그녀가 했다. 남자를 데리고 이 안으로 들어와서는 가장 먼저 한 첫 말이 ‘씻어요!’였다. 남자는 군말 없이 먼저 씻고 나왔고, 이제 그녀가 씻었다. 지금 이 문을 열고 나가면 기다리는 건 하나였다. 마음 하나 없는 남자와 처음으로 섹스라는 걸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후우…….”
긴 한숨을 내쉰 후 손잡이를 돌렸다. 문을 열고 배스로브를 걸친 채 밖으로 나갔다.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 소리도 없는 것보다야 무슨 소리든 들리는 편이 조금 편안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신경 쓰게 됐다.
침대에 그가 앉아 있었다. 허리에 타월만 두른 남자의 모습은 그냥 화보를 찍기 위해 잠시 대기 중인 모델의 모습이었다. 완벽한 근육질의 몸매와 까무잡잡하게 잘 그을린 피부와 긴 팔과 다리는 저절로 감탄사를 내뱉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잠시 넋을 놓고 보다가 너무 뚫어져라 쳐다본 것 같아 무례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다른 데로 돌리고 말했다.
“어쩔까요?”
“불을 다 끌게요.”
그가 전등 전체를 껐다. 밖에서 미미하게 들어오는 외부 불빛 때문에 완벽하게 어둠 속은 아니었다. 가만히 선 그가 말했다. 아주 정중하게.
“침대 앞에 서서 로브를 벗을래요?”
망설임 따위는 없을 줄 알았다. 어차피 고범태 같은 놈에게 줘 버릴 몸이었다. 그따위 놈에게 순정을 바칠 이유가 없는 거다. 물론 그 일로 인해 더 이상 그 인간과 얽힐 일은 없겠지만, 또다시 누굴 만나도 이젠 믿음 따위를 갖기 힘들 것 같았다. 이게 뭔데, 다른 사람과 맺은 신의마저 저버리는 건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이게 뭔데 그러는 건지를.
“섹스에 왜 사로잡히는지 아세요?”
“새빨간 열망에 잠시 현혹되는 거죠.”
“그럼 현혹된 순간이 산산이 깨지면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공허함만 남겠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새빨간 열망에 사로잡히잖아요.”
“참을 수 없는 거겠죠. 통제불능의 순간에 빠져들고 마니까 휘둘리는 수밖에 없겠죠.”
통제불능의 지경까지 간다는 건가? 대체 그게 뭐기에? 하지만 그녀는 눈앞의 남자를 사랑하고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니 현혹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두겠다고 할 수도 없다. 여기까지 끌고 들어온 건 자신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입고 있던 로브를 벗고 안에 입었던 속옷도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브래지어를 벗고 막 팬티를 내리려고 하는 순간 그가 물었다.
“후회, 남길 것 같으면 그만둬요.”
아니, 그딴 거 없다. 고범태와 오늘의 기억은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덮는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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