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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2169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9-07-17
책 소개
목차
10
11
12
13
14
에필로그
외전. 이안의 이야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건…….”
휴지통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휴지에 묻어 있는 선명한 붉은색은 분명한 피였다. 아침에 나갈 때 휴지통을 비웠던 터라 안에는 피가 묻은 휴지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양의 피가 묻어 있었다. 슬아가 흘린 건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이안 씨가 흘렸다는 의미인데…….’
코피라도 흘렸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양이 너무 많았다. 걱정됐다.
이안이 괜찮은지 봐야 할 것 같아 슬아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성큼성큼 올라오긴 했는데 막상 문 앞에 서니 떨렸다.
“후우.”
슬아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쪽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혹시 쓰러진 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대답이 없는데 문을 열다니, 대단한 실례라는 것을 알면서도 걱정이 돼서 슬아는 문을 열었다.
물론 벌컥 열거나 하진 못하고 아주 소심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열었다. 달칵, 문 열리는 소리가 유난스럽게 크게 들렸다. 불이 꺼진 방 안은 어두컴컴했다.
방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침대가 불룩했다. 침대 머리 쪽에 이안의 머리가 보였다.
“이안 씨, 자요?”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정말로 자는 건지, 혹 쓰러진 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 슬아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평소였다면 작은 기척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서 깼을 그인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역시 아픈 걸까. 피를 토할 정도로 아픈 거면 무슨 병이지. 아니, 그보다 악마도 병에 걸리는 걸까?
다가가는 그 짧은 순간에도 온갖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걱정도 많이 됐다. 이안의 앞에 선 슬아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차갑네.’
열은 안 나는 것 같은데. 눈을 감고 있는 얼굴에서 아픈 기색도 딱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럼 피는 왜 토한…… 으앗!”
느닷없이 팔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속절없이 끌려갔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인지라 반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야가 빙글 돌고 등이 푹신한 침대에 닿았다. 천장 대신 이안의 얼굴이 바로 위에서 보인다. 이안의 아래에 깔린 것이다.
어느새 양쪽 손목이 잡혀 옴짝달싹도 할 수가 없었다. 얼굴 위로 쏟아지는 시선에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슬아는 이안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그의 목 언저리에 시선을 두었다.
‘으악.’
그것도 잠시, 이안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슬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았는데도 그의 벗은 상체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묘한 적막감이 흘렀다. 어색하면서도 어쩐지 야릇한, 이상한 적막감이었다.
“이 야심한 시각에 남자의 방에 찾아온다는 건…….”
적막감을 먼저 깨뜨린 건 이안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 이안이 슬아의 귀 언저리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 때문에 상체가 겹쳐지면서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심장 박동이 들렸다. 쿵, 쿵. 기분 좋은 울림이었다.
“흑심이 있다는 거라던데.”
약간 들뜬 숨이 귀에 닿았다. 순간적으로 얼굴에 열이 훅, 올랐다. 눈이 번쩍 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