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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3425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20-06-04
책 소개
목차
Chapter 2. 동부의 마녀
Chapter 3. 두 사람의 외출
Chapter 4. 사랑과 소유
Chapter 5. 재회
Chapter 6. 새로운 불씨
Chapter 7. 재회 2
Chapter 8. 사랑할 때
Chapter 9. 그들 사이의 거리 (1)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는 책상에 있는 서적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에반젤린이 책을 떨어트린 자리로 다가갔다.
“어어, 제가 할게요!”
아폴로니아가 떨어진 책을 주워서 돌려주려 하자 에반젤린이 양손을 내저으며 거부했다. 그녀 또한 자신이 무슨 책을 보는지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럼 설마 나와 비슷하게 몰래 병법이나 정치 서적을……?’
아폴로니아는 그녀가 자신과 닮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집어 든 책의 표지를 보았다. 몇 초 뒤 아폴로니아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10가지 마물과 그들의 성생활……?”
“악! 이건 참고용이에요!”
에반젤린이 소리를 지르며 긴 팔을 뻗어 아폴로니아가 집어 준 책을 덥석 가져갔다. 아폴로니아는 그 기억을 떨치고자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그 옆의 책을 집어 주었다.
‘이번에는 다르겠지. 왕녀가 나온 코너는 역사학 책이 많으니까……’
그러나 손에 잡힌 은빛 책의 표지에는 또 다른 낯 뜨거운 제목이 적혀 있었다.
“자칼로페와 늑대의 교미, 생생한 목격담.”
“아니, 그건 제가 공부가 좀 필요해서…….”
에반젤린은 울상이 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아폴로니아의 손으로부터 책을 빼앗아 갔다.
“외눈까마귀의 난교, 그들은 음란한 것인가?”
“흐아아아악! 안 돼!”
“짝짓기 방식이 가장 난잡한 마물―그들과 인간의 공통점.”
“악! 이리 주세요!”
떨어진 책을 주워서 건네줄 때마다 에반젤린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내저었다. 마지막으로 『하루에 100번을 교미하는 그들은 누구인가?』를 건넸을 때 그녀는 거의 바닥에 앉아 울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제 취향이 이런 것이 아니고요, 아니, 취향이 맞기는 한데.”
그녀는 애써 책을 주워 모으며 두서없는 변명을 했다.
“이건 다 공부에 참고하는 거라구요. 고향의 도서관에는 이런 책이 잘 없어서……. 키우던 애완동물들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볼 수 있고…….”
아폴로니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제가 성적인 방향으로 통일되어 있었지만 그 책들은 모두 학술적이었다.
‘마물에 미쳐 있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보네.’
“마물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고 들었어요. 오라버니와의 일로 지쳐 있을 텐데 학구열이 대단해요.”
진심이었다. 포로로 잡혔다가, 적장의 시녀 비슷한 지위로 떨어진 왕녀가 쉬면서 처음으로 하는 일이 공부라는 것은 대단했다. 에반젤린은 그녀의 칭찬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몸은 괜찮아졌나요? 시합 때문에 많이 다쳤다고 들었어요.”
“음…… 딱히 다친 데는 없어요. 좀 지치기만 했었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에반젤린의 얼굴이며 팔은 온갖 멍과 찰과상으로 울긋불긋했다.
“그게 다 시합으로 다친 거 아닌가요?”
“워낙 제가 싸돌아다니기를 좋아해서…… 뼈 안 부러지면 안 다친 거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녀는 아폴로니아가 만나 본 어떤 사람과도 달랐다. 소년 같은 분위기는 리샨 지방의 타냐와 비슷했지만 더 학구적이고 괴짜 같았다. 아폴로니아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그녀는 빨리 책을 읽고 싶어 못 견디겠다는 표정으로 그 표지를 보고 있었다.
“에핀하르트 대공은 방에 없나 보군요.”
“글쎄, 저한테는 동궁 안을 편하게 돌아다니라고 한 게 다였어요. 그 말대로 놀고 있었더니…….”
에반젤린은 어느새 책들을 수습하고 책상 위로 보기 좋게 쌓았다.
“그랬더니 전하도 만나고, 저는 운이 좋네요.”
그녀는 맞은편에 앉으며 고개를 들어 아폴로니아를 바라보았다.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빤한 시선이었다.
“저를 만난 것이요?”
“네. 저는 전하가 아주아주 재미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순간 아폴로니아는 그녀의 눈빛이 조금 전 서적을 봤을 때처럼 반짝거린다고 생각했다. 에반젤린은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다. 마치 아폴로니아가 흥미로운 마물이라도 되는 듯.
황궁에서는 그 누구도 아폴로니아를 그런 눈빛으로 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