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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93420652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23-10-26
책 소개
목차
7. 사냥제
8. 유혹
9. 황녀의 등장
10. 이야기의 끝
저자소개
책속에서
“축하해, 리라.”
루시안은 내가 내민 손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감싸며 말했다.
‘반지만 자랑하려던 건데.’
훈련의 열이 식지 않았는지, 닿은 손은 조금 뜨거웠다.
그는 조금도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 내 손을 천천히 끌어 올리더니 손등에 입을 촉, 하고 맞추었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도련님?”
“달리 선물을 준비 못 해서.”
그는 여전히 손을 잡은 채 눈만 들어 대답했다.
푸른 눈이 보기 좋은 반달 모양으로 휘어 있었다.
사르르 접힌 눈꼬리며 뚜렷하고 깊은 눈매, 살짝 올라간 입꼬리.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잘못한 거야?”
“……아니요.”
나는 홀린 듯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다. 긴장했는데.”
그는 안도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네?”
“아무것도 아니야.”
루시안은 내 손을 놓아주더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먼저 철문을 통과해 밀실로 들어갔다.
‘이러려고 데려온 게 아닌데.’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의 뒤를 따라 밀실로 들어갔다.
저벅.
돌로 된 거대한 방 안에 우리 두 사람의 발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나는 그제야 공작가의 밀실을 똑똑히 보기 위해 눈을 돌렸다.
“와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네 개의 벽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보석들이 저마다 휘황찬란한 빛을 내며 전시되어 있었다.
‘이것이 제국의 보고(寶庫).’
어떤 제왕의 보물 창고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법한 양과 질이었다.
“리라는……. 여기 있는 것들이 마음에 들어?”
루시안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당연하죠.”
나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 감고 아무거나 막 집어도 거대한 영지를 살 정도의 가치가 있을 터였다.
어마어마한 부가 작고 반짝이는 돌에 집약된 셈인데, 그게 멋지지 않을 리가.
나는 구석의 작은 장 속에 이혼 서류를 잘 넣어 두고 다시 루시안을 향해 말했다.
“이게 다 오페르니아 가주의 거라니, 역시 가주는 대단해요.”
나는 일부러 조금 과장되게 말했다.
이런 걸 보여 줘야, 가주에 대한 꿈이 더 단단해지는 거 아니겠어?
가주가 될 거라고 나나 로잘린에게 이미 선언했지만, 그는 아직 열여섯의 소년이었다.
갑자기 장래 희망이 바뀔 수도 있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오페르니아의 부귀영화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소로 루시안을 데려오기로 한 것이었다.
이걸 다 가지려면 앞으로도 열심히 하자는 의미로.
“가주의 뜻대로 처분할 수 있는 물건이지.”
루시안은 싱긋 웃으며 내 말을 받았다.
“가주가 선택한 사람에게 줄 수도 있고.”
“선택한 사람……?”
나는 의아한 얼굴로 반쯤 묻다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슬슬 여자 친구 사귈 생각을 하는구나.’
반쯤 벅차고 반쯤 씁쓸한 기분이 온몸을 감쌌다.
진짜 다 컸나 봐.
나도 안 해 본 연애를 하려고 하고.
“운 좋은 사람이네요.”
나는 더 캐묻지 않고 대답했다.
루시안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더 올라갔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그는 다짐을 받듯 물었다.
“당연하죠. 가주가 된 도련님한테 오페르니아의 보물을 선물 받는데.”
나는 다시 한번 몸을 돌려 조금 전에는 자세히 보지 못했던 서쪽 벽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