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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5443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21-11-25
책 소개
목차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1장
12장 上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인의 부인을 찾았습니다!”
사내의 형체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의 날쌘 움직임이 놀라운 이유는 그가 한쪽 팔로 커다란 짐을 편히 들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뭔가를 팔로 꽉 붙들어 맨 채로 나머지 한 손으로만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가로질렀던 것이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단순한 짐이 아니었다. 익문의 얼굴 위로 공포가 넓게 퍼졌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만약 목현이 서둘러 그의 팔을 잡지 않았더라면 익문은 당장 그 자리에서 무너지거나, 저 사내를 잡으러 달려 나갔을 것이다.
키 큰 사내의 발이 마침내 가볍게 땅에 닿았다.
“언영아! 그동안 배에 숨어 있었던 것이냐!”
월진이 고함을 지르니 주변의 공기가 떨렸다. 익문과 목현은 자기들도 모르게 서로를 붙잡고 가까이 달라붙었다. 그러나 그 정도의 격노에도 개의치 않고, 언영이라고 불린 소년은 팔에 끼고 있던 사람을 마치 물건인 양 두 손으로 공중에 들어 불쑥 어머니께 내밀었다. 해맑게 웃으며 소리쳤다.
“이 아이를 보십시오! 부인으로 삼고 싶습니다!”
목현이 순간적으로 아버지의 팔을 더 세게 부여잡은 것은 자신을 억제하는 노력이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가 충격을 받아 숨을 들이켜는 소리를 들었다.
목린은 여자아이기는 했지만, 섬에서 또래보다 키가 큰 편이었다. 하나 낯선 이가 그녀의 겨드랑이 아래에 손을 끼고 안아 들어 앞으로 내민 지금, 그녀의 발은 힘없이 허공에서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었다.
얼이 나간 표정의 목린은 벌벌 떨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혼이 나가 버렸는지, 눈물조차 흘리지 않았다. 옆으로 예쁘게 땋아 놓았던 머리가 언영의 품에 안겨 날아오는 과정에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월진은 잠시간 턱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입을 벌리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돌연 모든 분노가 자취를 감추었다. 갑자기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뿌듯한 어미가 되어 있었다.
“오오, 장하구나!”
마음에 담은 여자아이를 든든하게 들어 올리고 있는 아들을 보며 월진은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사이의 사랑도 비슷하게 시작되었다. 마을의 공터에서 너무 심심한 나머지 젊은 사람들이 모여 심심풀이로 전투를 벌였는데, 그의 움직임을 보고 반해 버렸다. 바로 허리를 끌어안고 품에 안아 들어 빠져나왔다. 남편 또한 그녀의 당돌한 태도에 마찬가지로 홀딱 빠졌다 말해 주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월진은 갑자기 그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해야 할 일이 있어 마을에 남아 있었다. 그에게도 지금 광경을 보여 주고 싶은데. 어리고 말썽만 피울 줄 알았던 아들이 이렇게 사랑을 할 정도로 자라다니……. 단순한 놈이라 과연 제 짝을 만날 수나 있을지 월진이나 남편이나 고민이 많았다. 월진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영견(손수건)을 꺼내 눈에 조금씩 찍었다. 목이 멘 목소리로 익문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익문, 인사하게. 내 아들이네.”
“예, 예……. 공자님. 초족의 족장 백익문이라 합니다. 한데…… 그…… 품에 제 아이는…… 왜…….”
익문은 차마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언영이라는 어린 청년은 다 큰 귀혈족 어른처럼 우락부락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초족에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품에 안겨 있는 목린은 마치 덫에 걸린 다람쥐 같았다.
언영이 씩씩하게 말문을 열었다.
“저는 귀혈족의 주언영입니다. 잠깐, 이 아이가 당신의 여식입니까?”
익문은 입술을 뻐끔거리며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속삭였다.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겐 장인이시겠군요.”
익문은 제 귀를 의심했다.
“예? 장인이요……?”
“정말 귀여워.”
그렇게 말한 언영은 그대로 목린의 몸을 절반 휘리릭 돌려 그를 바라보게 했다. 그는 헤벌쭉 웃으며 목린의 겁에 질린 표정을 바라보더니 이내 그녀를 품에 바짝 끌어안았다. 여전히 목린의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았다. 언영은 그 상태에서 목린의 뺨에 쪽 하고 길게 입을 맞추었다.
목린의 충격받은 눈이 위아래로 더 벌어졌다. 익문이 급기야 목덜미를 잡고 휘청거렸다.
“모, 목린아!”
“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