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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6136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2-10-06
책 소개
목차
9장. 잘못된 깨달음
10장. 파국
11장. 완벽한 부부(과거 외전)
12장. 늦은 후회
13장. 남겨진 자
14장. 위기와 속죄
에필로그. 견뎌야 할 몫
저자소개
책속에서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대각선을 그린 두 사람의 시선이 정확히 맞닿음과 동시에 이안이 희망을 품고 아이샤에게 천천히 손을 뻗었다. 하지만 아이샤는 고개를 저어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속마음 가장 아래, 언젠가부터 품어 왔던 생각을 끄집어냈다.
“이안, 우리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좀 해 보자. 우선 약혼 말인데…….”
“아이샤!”
아이샤의 태도에 그녀의 뒷말을 예상한 이안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찌나 빠르고 큰 소리인지 놀란 아이샤는 저도 모르게 말을 멈추고 눈을 깜빡였다.
“우리 결혼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안이 지금의 상황을 돌릴 수 있는, 아니 그렇게 믿는 말을 꺼냈다.
“결혼하자.”
“…….”
“어릴 때부터 계속 말했던 거잖아. 그러니까 인제 그만 결혼해.”
화려한 다이아몬드 반지도, 아름다운 풍경도, 낭만적인 말도 없는 엉망진창 초라한 청혼이었다. 하지만 예전의 아이샤였다면 이런 청혼도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눈물까지 지으면서 예쁘게 웃어 줬겠지. 그리고 고맙다 연달아 말했을지도 모른다.
“곧 겨울이니까…… 그래, 내년 봄이 좋겠어. 촉박하긴 하지만 사람을 많이 고용하면 준비할 수 있을 거야.”
이안도 그런 장면을 기대했다. 그러나 아이샤의 표정에는 일말의 기쁨도 없었다. 놀라움이 살짝 어리긴 했지만, 그것조차 몇 초의 시간뿐. 아이샤의 얼굴은 곧 무표정하게 돌아왔다.
“아이샤 네가 좋아하는 꽃들로 식장을 채우고 네가 좋아하는 색으로 연회 홀을 꾸미자.”
“…….”
“하객들도 되는대로 많이 초대해. 그리고 네가 가지고 싶은 것도 사고 네가 원하는 건 뭐든…….”
이안도 그를 눈치챘기에 더더욱 말을 빨리 했다. 조급함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그를 아는 이라면 믿지 못할 정도로 초라했다. 그러나 아이샤는 이안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지 않았다.
“이안.”
저를 부르는 그녀를 이안이 불안한 눈으로 올려다봤다. 아이샤는 흔들리는 이안의 벽안에 담긴 제 표정을 보고 입 안쪽을 살짝 깨물긴 했으나 곧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 할 때가 아닌 거 같아.”
아이샤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분명한 거부였다. 단답형으로 싫다 말한 것은 아니었으나 머리가 있다면 누구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확실한 거절. 그녀의 거절에 이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 한겨울 눈에 파묻힌 사람처럼 얼어붙었다.
“시간이 너무 늦어 많이 피곤해. 나 먼저 일어날게. 조심해서 돌아가. 그리고…….”
그런 이안을 두고 아이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그녀는 여전히 무릎 꿇고 있는 이안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당분간은 만나지 않는 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