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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63026129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2-10-06
책 소개
목차
1장. 은 화살
2장. 더러운 소문
3장. 여름밤의 거짓
4장. 불청객 하나
5장. 불청객 둘
6장. 변화
7장. 변한 마음(과거 외전)
저자소개
책속에서
“레이디 아이샤. 그대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말해 주는 거니까 똑똑히 들어.”
“으흑…….”
“앞서 말한 이유로 난 그대와 거리를 둘 참이야. 그러니 앞으로 이리 구질구질하게 찾아오지도, 내게 뭘 기대하지도 마.”
“이, 이안……. 아파, 아…….”
참지 못한 아이샤가 억눌린 목소리를 내며 이안의 손에 제 손을 포개 올렸다. 하나 그게 끝이었다. 괴로움에 허덕일지언정 아이샤는 이안에게 손톱을 세우지도 손에 힘을 주지도 않았다.
“조금 전 내 말을 뭐로 들었지? 거리를 두자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름을 불러?”
그러나 그조차 거슬린다는 듯 이안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가 아이샤의 얼굴을 놓으며 그녀의 손을 거세게 쳐 냈다. 그 반동에 아이샤의 등과 팔 일부가 카우치 등받이에 부딪혔다. 이안은 소리를 죽인 채 제 팔을 쓸어내리는 아이샤를 보다 몸을 일으켰다.
저를 똑바로 바라볼 때가 조금 전이건만 지금은 고개조차 들지 않는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그가 아이샤를 내려다보며 탁자 위 하얀 면 냅킨을 들어 축축한 제 손을 닦았다.
“앞으로는 몸가짐을 바로 하고 예의를 좀 차리도록 해. 예절이 형편없어. 이안이라니…… 너무 가까운 호칭이잖나. 응?”
이안이 탁자 위에 사용한 냅킨을 던지듯 놓으며 조금 전보다 정돈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바짝 얼어붙은 아이샤는 그쪽으로 시선을 쉽사리 돌리지 못했다.
그녀가 구겨진 냅킨에만 눈을 고정하고 있자 이안이 눈가를 씰룩였다. 그가 탁자 위 다른 냅킨 하나를 더 집어 아이샤에게 내밀었다. 부드럽게 허리까지 숙인 모습이 퍽 정중해 아이샤는 저도 모르게 그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봤다.
“얼굴 닦아. 잔뜩 젖었잖아.”
눈이 마주치자 이안이 눈을 휘어 보이며 아름다운 미소를 보였다. 도대체 왜 이리 종잡을 수 없이 구는지. 아이샤는 생애 처음으로 이안이 미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달달 떨리는 손을 이안이 내민 냅킨 쪽으로 내밀었다. 그 모습이 멍청하고 우스워 이안은 피식 소리 내 웃고 말았다.
“내가 해 주지.”
아이샤의 손이 냅킨에 닿기 직전 이안이 손을 거둬들였다. 그제야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음을 알아챈 아이샤가 얼굴을 굳혔다. 그랬다. 그에게 자신은 손안에 쥐고 흔들다 던져 버리는 장난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