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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3160045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2-12-31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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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연과의 통화가 숨 쉬듯 머릿속을 들락거렸다.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수진은 그냥 다 잊고 꿈속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수진은 자신의 미래가 송두리째 부정당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우울해하던 수진은 문득 지연의 말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자신이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어느새 지연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었고 지연의 말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연의 말은 치밀했고 일관성이 있었다.
사실 지연의 대답이 뭐였건 간에 자신 스스로가 독일 유학을 결심하고 비행기를 타고 떠나면 될 일이었다.
수진은 조금 더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지연의 전화가 정말 미래에서 걸려 온 것이라면 미래에 대해 물어보면 될 문제였다. 지연의 전화가 정말이라면 지연은 어떤 미래든 대답할 수 있어야 했다. 간단했다. 수진의 눈이 다시 떠졌다.
지연과의 마지막 통화 이후 수진은 항상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밥 먹을 때도, 일할 때도, 공부할 때도 틈이 날 때마다 지연이 한 말에 대해 생각했다. 지연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단계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 있었다.
지연의 요구사항은 명확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반드시 결정을 해야 할 문제였다.
수진은 부모님은 물론이고 혁건과 한나, 친구들을 포함해 아무에게도 지연과의 통화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애초에 지연과의 통화가 있었던 적도 없다는 듯 일절 그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아마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금방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시간은 더디지만 제 나름대로 흘러갔다. 거듭되는 생각과 고민 끝에 수진은 나름의 선택 기준을 세웠다. 수진 자신이 행복할 것, 그리고 꼭 유학을 떠나서 교수가 될 것. 이 기준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신중한 고민 끝에 내릴 작정이었다.
수진은 이런 기준을 세운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준이 정해지자 한결 고민이 수월해졌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었다. 지연이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앞으로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혁건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앞으로 선택의 순간들이 계속 찾아올 것이었다. 그때마다 기준에 따라 선택을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 선택이 쌓이고 쌓여 미래가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정말인지 아닌지 완전히 알 수 없는 지연의 말도 그저 수진이 선택할 때 도움이 될 참고사항일 뿐이었다. 수진이 할 수 있는 건 선택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