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3160687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19-12-31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자리에서 겨우 일어난 그녀가 나를 보았다. 떨리는 두 손을 겨우 맞잡아 힘을 주는 게 보였다. 혹시 그녀의 다음 말이 ‘죄송하지만 다른 분을 구해야겠어요’가 될까 봐 긴장됐다.
“까먹을 뻔했네요. 집에 홈카메라가 있어요. 거실 외에 어디 설치되어 있는지는 저도 정확히 모르지만…… 여기저기 다 있을 거예요.”
다행히 그런 말은 없었다. 유경은 애써 의연한 어조로 말하면서 맞잡은 두 손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곤란한 이야기를 할 때의 습관인 듯했다. 방금 전 들었던 지잉, 기계 소리가 생각났다.
그녀의 말은 곱씹을수록 이상했다. 홈카메라인데 집주인인 그녀가 어째서 어디에 설치되었는지도 모르는 걸까?
“남편이 그런 데 민감해서요.”
‘그런 데’에 내포된 의미는 또 뭘까? 서재 위 책상에 위치가 정해진 것처럼 놓여 있던 컴퓨터, 키보드, 마우스, 만년필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게…… 뭐지?”
듣는 사람은 없었지만 소리가 저절로 입 밖으로 나왔다.
내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고서야 눈앞의 현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정체 모를 비밀 공간을 마주한 현실이.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고민했다.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예전에 고급주택에는 이런 방공호가 설치된 곳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아파트고 발코니 옆 벽에 그 정도로 여유 공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결국 나는 돌아섰다. ‘선을 넘지 않는 것’은 중요한 원칙이었다. 할머니는 언제나 감당할 수 있는 일에만 접근하라고 했다. 아까 놀라서 바닥에 떨어트린 걸레를 주웠다. 이곳에서 내가 손 안에 쥐고 책임질 수 있는 범위는 고작 걸레 한 짝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