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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63160816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20-05-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수면의 파문이 잠잠해진 후 잉어들이 몰려 있던 곳에서 스윽 뭔가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 이레는 그것이 어디선가 휩쓸려 떠내려온 고깃덩어리인 줄 알았다. 물비린내에 섞인 지독한 악취가 났다.
으윽.
이레는 코를 감싸 쥐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이상한 것이 보였다.
저게 뭐야?
눈앞에 붕 뜬, 그것은 사람의 손가락이었다.
이레는 금방 먹은 것이 역류할 듯 욕지기가 나왔다.
아닐 거야……! 그러나 이레의 소망과는 별개로 그것은 흐르는 물살 위에서 손 인사를 하듯 제 모습을 드러냈다.
잉어 떼에게 뜯겨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허연 뼈를 드러냈지만 하늘로 쳐든 손가락은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처럼 쫙 펴진 상태였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물살에 흔들렸다.
“일주일 후 나는 어떻게 돼요?”
마침내 참을 수 없는 심정으로 이레가 물었다.
메이드가 이레의 검은 머리칼을 장난스럽게 흐트러트렸다.
“어떻게 되긴. 오늘과 똑같을 거야.”
메이드가 그렇게 대답한 후 앞서 걸었다. 다시 한번 그녀의 모습 위로 검은 장막이 쳐졌다.
이레는 메이드의 머리 위로 커다란 자고새 한 마리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의 알을 훔쳐 품는 부정한 새.
별안간 이레의 몸을 관통하는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마치 거대한 쇠망치가 배를 뭉개는 듯, 부서지는 고통이었다. 짧은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고통은 여운을 남긴 채 사라졌다. 이레는 자신의 차디찬 손으로 배를 더듬었다. 아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내 아이가 있다는 느낌. 하나로 이어졌다는 온기가 사라졌다. 이레는 저주하듯 한 음절 한 음절 분노를 담아 메이드에게 물었다.
“내…… 아이…… 어떻게 했어요?”
“뭐…… 뭘 의심해요?”
어리둥절한 얼굴로 이레가 물었다.
“너무 얕봤지, 우리 집안을. 임신이 뭐니? 그래, 너는 거짓말을 못 해. 실제로 넌 임신을 했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리고 내가 널 여기에 가두고 학대한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이레를 서경은 딱해했다.
아이를 뺏더니 이제는 내가 미쳤다고 말하는 건가. 이레는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은 기분으로 소리쳤다.
“난 임신했어요. 생리도 하지 않고, 아이 사진도 병원에서 받아 왔다고요. 내 다이어리에 끼워져 있어요. 무슨 소리 하시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넌 임신하지 않았어. 이레야, 넌 아픈 거야. 그걸 선생님은 피해 망상증이라고 부른다. 너무 걱정할 건 없다. 약물 치료로도 쉽게 나을 수 있는 거니까. 사람들은 모두 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 부끄러워할 것도 없어.”
서경은 어느새 가운을 걸친 의사로 변해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이레는 벌떡 일어났다.
“아줌마, 미쳤어요? 혹시 여기 있는 사람들도 이렇게 미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