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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3166610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5-11-08
책 소개
목차
1 피짚에도 밸이 있고 깨묵에도 씨가 있다
2 독틈에도 용수가 있다
3 보리밥티로 잉어 낚는다
4 방망이가 가벼우면 주름이 잡힌다
5 범 무서워 산에 못 가랴
6 사과가 되지 말고 토마토가 돼라
7 고인 물도 밟으면 솟구친다
8 가까운 집은 깎이고 먼 데 절은 비친다
9 칡덩굴 뻗을 적 같아서는 강계, 위연, 초산을 다 덮겠다
10 겨울이 다 되어야 솔이 푸르름을 안다
▪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리정진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잊고 있던 공포가 천천히 온몸의 핏줄을 타고 폐까지 잠식해 들어갔다. 숨이 턱 끝에서 막혔다가 바람 소리를 내며 간신히 뿜어졌다.
기훈은 앞으로 펼쳐질 참혹한 나날을 떠올렸다. 생각은 멈추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했다. 긴 고통과 생각의 나날 속에서 선명한 목표가 떠올랐다. 그것은 다시 탈출이었다.
지친 성희와 광철이 바닥에 퍼질러 앉아 화마가 지나간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얼굴과 손이 새까만 재로 덮여 있었다. 누구도 입을 뗄 수 없었다. 은숙은 울다 지쳐 은실의 무릎을 베고 잠들었다. 은실은 은숙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 덮어줬다. 모든 것이 너무 적나라했다. 실패도,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들도, 다시는 희망을 되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의 미래도. 눈 부신 태양이 새벽을 물리며 기어코 떠올랐다.
해가 비추자 조금은 추위가 가시는 듯했다. 가만히 태양을 바라봤다. 은실은 한마디 말이 떠올랐다.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 떠올라서 어쩐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존재가 제 입을 빌려 대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중국으로 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