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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63169970
· 쪽수 : 432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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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그날 이후 덕구는 ‘공원 지킴이 파커를 부순 노친네’로 아파트에 소문이 퍼졌다. 사실 그건 덕구에게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이 일이 나비효과와 같은 파급력으로 신문에 기재되는 ‘사건’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덕구는 아직도 기사 내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처음에 덕구는 ‘RED FLAG’라는 단어 뜻이 뭔지 몰라 검색해봤다.
RED FLAG: 위험, 주의, 경계해야 하는 사건이나 사람을 지칭하는 말.
“머저리들 같으니라고.”
“말귀를 알아먹지 못하는구먼. 당신은 가족을 돈 주고 팔 수 있어? 분명히 말하지만 키리에가 멀쩡한 모습으로 우리 모임에 돌아오는 게 목적이요! 다른 합의는 없소. 그럼!”
덕구가 단칼에 전화를 끊으려 하자 휴대폰 너머로 새된 목소리가 다급하게 흘러나왔다.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내부 협의해서 키리에 복구 작업하고 스케줄 전달드릴 테니까 일단, 그 가상 시위부터 당장 그만두세요!”
“당신 이거 지금 다 녹음하고 있어. 허튼수작 부리지 마. 우리가 알고 있는 키리에를 데려와야 할 거야. 알아들어?”
“알겠으니까 피켓 좀 내리라고요!”
덕구의 엄포에 제닉스 로보틱스는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덕구는 긴장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레나와 토비에게 씨익 웃으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좋았어!”
“우와!”
그제야 안도한 레나와 토비도 연달아 따라 웃으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레드 플래그가 또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순간이었다.
레나의 눈앞에 더 어렸을 적의 레나가 보였다. 어디론가 뚜벅뚜벅 걸어가던 레나는 이내 걸음을 멈추고 작은 어깨를 움츠렸다.
잠시 뒤 레나의 작은 등이 흐느낌으로 들썩이고, 그 옆으로 익숙한 실루엣이 다가와 섰다.
레나는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꿈속에서도 아픈 그 이름. 망울졌던 그리움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아빠."
아빠를 올려다 본 레나는 그제야 안심하며 해맑게 웃는다. 그러자 주변이 밝은 빛으로 도배되고 이내 편안하고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함께 걸었던 익숙한 공원이다. 두툼한 아빠 손을 꼭 쥔 레나의 웃음소리가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어린 레나는 업어 달라고 아빠를 빤히 쳐다본다. 아빠는 레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내어준다. 아빠한테 업힌 레나의 등에 달빛이 업혀 오고, 잠시 뒤 달빛은 날갯짓을 하며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나비는 유유히 날아 토비의 손끝에 살포시 앉았다. 토비가 입을 동그랗게 벌리며 감탄하자 그 옆에 있던 덕구도 허허, 하고 웃는다. 덕구를 도와 텃밭을 가꾸던 키리에도 어정쩡하게 굽혔던 허리를 펴고 미소지었다. 레나는 난간에 앉아 그림처럼 평온한 레드 플래그 사람들을 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