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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4130344
· 쪽수 : 596쪽
책 소개
목차
면책
첫째 날 - 나태
둘째 날 - 질투
셋째 날 - 분노
넷째 날 - 욕정
다섯째 날 - 폭음
여섯째 날 - 탐욕
일곱째 날 - 교만
에필로그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내 심장은 잘못된 위치에 있다. 위장, 간, 비장도 마찬가지다. 내 모든 장기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정확히 반대쪽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거꾸로 창조된 자연이 만든 괴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70억 명의 사람들은 왼쪽 가슴에 심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오른쪽 가슴에 심장이 있다. 어떤 징조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반면 언니의 심장은 올바른 위치에 있다. 엘리자베스는 두루두루 완벽한 사람이다. 나는 쌍둥이 자매의 거울 속 이미지이자 어두운 면이며 그림자다. 그녀는 옳고 나는 그르다. 그녀는 오른손잡이고 나는 왼손잡이다. 이탈리아어로 ‘왼쪽’은 ‘시니스트라sinistra’이니 나는 ‘시니스터sinister’(사악한) 자매다. 베스가 천사라면 나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보길…….
- 「면책」
나는 사진을 노려본다. “네가 원하는 게 대체 뭐야?” 유럽 저편에서 베스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말이 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시칠리아로 와, 앨비나. 꼭 와줘. 와야 돼. 꼭 오는 거다!’ 우리는 영원히 얽혀 있는 2개의 양자 입자다. 베스는 글루온이고 나는 쿼크다. 나는 암흑 물질이고 베스는…… 흠, 그냥 물질이다. 괴이하게도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반응한다. 베스가 어디에 머리를 부딪치면 나는 두통을 앓는다. 내 다리가 부러지면 베스는 무릎이 아프다. 하지만 베스가 섹시하고 부유한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해 시칠리아의 타오르미나로 이사를 갈 때 나는 틴더에서 까이고 게으름뱅이들과 한집에서 부대끼고 있었다. 우리가 항상 비슷하게 사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첫째 날 - 나태」
나는 방에서 손톱을 씹으며 창밖을 내려다본다. 암브로조가 수영장에 있다. 나는 그가 파티오에서 일광욕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검은색 스피도 수영복, 짙은 황갈색 피부, 운동선수 못지않은 식스팩. 아내를 때리는 남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끝내주게 섹시하다. 베스, 아니 앨비, 아니 베스가 어니를 유모차에 태우고 파티오로 걸어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창문 안쪽에 서 있는 나를 올려다본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명확하게 들리는 듯하다. 앨비, 당장 이리로 내려와. 어서! 지금이 움직여야 할 때인 모양이다. 암브로조가 선베드에서 일어나 손가락으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이건 미친 짓이다.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그는 결국 알아챌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오늘 중에는 알아챌 것이다. 내가 자기 아내라고 믿을 리 없다. 들통나면 전부 베스의 생각이었다고 말해야지. 가끔 보면 베스는 설득을 무척 잘하는 편이니까. 당장 샤워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워버리고 싶다. 여장 남자가 된 기분이다.
- 「셋째 날 ?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