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4453351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20-09-30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저씨, 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 상상력이라고 생각해요. 상상력이 있어야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요. 친절과 공감과 이해심도 생겨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상상력을 키워 줘야 해요. 하지만 존 그리어 고아원은 상상력의 싹만 보여도 즉시 잘라버려요. 그곳에서 장려하는 자질이라곤 오직 의무감뿐이지요. 저는 아이들에게 ‘의무’라는 단어도 알려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단어예요. 아이들은 뭐든지 의무감에서 하면 안 돼요. 사랑에서 우러나와서 해야 해요. 제가 원장이 되어 이끌어 나갈 고아원을 기대해 주세요! 밤에 잠들기 전에 하는 상상 중에 제일 재미있어요. 식단과 의복과 공부와 놀이 등 아주 세세한 계획까지 짜고 있답니다. 상벌까지도요. 아무리 착한원생들도 가끔씩은 잘못을 저지르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그 애들은 행복할 거예요. 자랄 때 아무리 많은 어려움을 겪더라도, 누구나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떠올릴 행복한 기억이 있어야 해요. 만약 나중에 제가 아이를 낳는다면, 제가 아무리 불행해도 애들은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자라게 해줄 거예요.
그럼 이제 그 이야기를 할게요, 아저씨. 제가 좋아할지 않을지는 신경 쓰지 마시고,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세요. 제가 아저씨께 아주 특별한 감정을 가진 건 아저씨도 아실 거예요. 아저씨는 제 가족 전부를 합한 분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아저씨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더 특별한 감정을 가졌다고 말씀드려도 기분 상하지 않으실 거죠?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하실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해도 제 편지가 저비 도련님의 이야기로 가득해진 지 꽤 오래됐으니까요. 그간 제 편지를 통해 그분이 어떤 사람이고 우리가 얼마나 마음이 잘 통하는지 아저씨도 느끼셨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는 매사에 생각이 같아요. 그분 생각에 제 생각을 맞추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대체로 그분은 옳아요. 저보다 14년이나 먼저 인생을 시작했으니 그래야 마땅하기도 해요. 하지만 어떤 면에서 그분은 덩치만 큰 아이 같을 때도 있어서 보살핌이 필요해요. 비가 오는데도 도무지 비옷 입을 생각을 않죠. 그분과 저는 언제나 같은 것을 재미있어 해요. 두 사람의 유머감각이 정반대라면 얼마나 끔찍할까요. 그 괴리감을 없앨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