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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64456369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3-02-10
책 소개
목차
서문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
작품 해설 | 절망과 절규 속에서 피어난 인간에 대한 희망의 빛
작가 연보
책속에서
“돈이 좀 필요한데…….”
“얼마나?”
“많이……. 돈 떨어지는 날이 인연 끊어지는 날이라는 말, 그거 진짜더라.”
“바보 같은 소리. 그런 케케묵은 말 따위.”
“과연 그럴까? 당신은 몰라. 이대로 가다가는 나, 도망칠지도 몰라.”
“대체 어느 쪽이 가난한지 모르겠네. 그리고 어느 쪽이 도망친다는 거야. 이상한 소릴 하네.”
“내 힘으로 벌어서 그 돈으로 술, 아니, 담배를 사고 싶어. 그림도 호리키 같은 녀석보다는 내가 훨씬 잘 그릴 걸.”
이때 제 머릿속에 절로 떠오른 것은 중학생 시절에 그린, 다케이치가 ‘괴물’이라고 말한 몇 장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잃어버린 걸작. 몇 번 이사하면서 다 잃어버리긴 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그 그림들만큼은 정말 뛰어난 그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로도 다양한 그림을 그려봤지만 그 추억 속 그림의 발치에도 못 미쳐서 저는 늘 가슴이 텅 빈 듯한 나른한 상실감에 시달려왔습니다.
미처 다 마시지 못한 한 잔의 압생트.
저는 그 영원히 보상받을 길 없는 상실감을 남몰래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이제 저는 죄인은 고사하고 아예 광인이 되었습니다. 아니요, 결단코 저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단 한순간도 미친 적 없습니다. 하지만 아아, 미치광이들은 보통 그렇게들 말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이 병원에 수용된 자들은 미치광이고 수용되지 않은 자들은 정상인이라는 겁니다.
신께 묻습니다. 무저항이 죄인가요?
호리키의 그 신기할 정도로 아름답던 웃음에 저는 눈물을 쏟아내며 판단이고 저항이고 할 생각조차 못한 채 자동차에 실려 여기까지 왔고, 미치광이가 되었습니다. 당장 여기서 나간들 제 이마에는 역시 광인,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겠지요.
인간, 실격.
이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