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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은 것과 말하고 싶지 않은 것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권현옥 (지은이)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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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은 것과 말하고 싶지 않은 것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하고 싶지 않은 것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5120610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22-10-20

책 소개

2001년 『현대수필』로 등단하여 글쓰기를 시작하여 2003~2018년 『현대수필』 편집위원으로 활동한 후 『계간현대수필』 편집장으로 일하며 문화센터의 수필강사로 활동 중인 권현옥 작가의 네 번째 수필집.

목차

책을 펴내며 | 산책하듯 안단테 안단테 · 5

제1장 진지하거나 소심하거나
초록 고사리··13 | 책들의 납골당··17 | 싸움의 언어··21 | 침··25
보라가 좋아졌다··29 | 돌아가는 길··33 | 한 줄의 가치··37
나는 살아 있다, 나는 나혜석··41 | 제3의 영역··46
불완전 명사와 경비 아저씨··50 | 무거운 명령··54 | 뿅뿅다리 위에서··59

제2장 낯설거나 새롭거나
환희와 환희가 아닌 것에 대하여··65 | 3인의 독백··70 | 둘레길 소묘··75
절대로 절대로··80 | 별명들아 잘 있니··84 | 비 오는 날의 수채화··89
타이밍··93 | 흩어진 매력 구경하기··97 | 이래저래 모순··101
차키 실종 사건··104 | 피곤이란 놈과 산다··108

제3장 짧거나 충분하거나
깜빡이를 켜다··113 | 시차(時差)··115 | 창문을 내리고··116
줄을 치는 이유··117 | 자유의 크기 118 | 새의 휴식··120
또 다른 이유··121 | 자꾸 등이 보인다··122

제4장 익숙하거나 여전하거나
여전하십니다··125 | 처음 늙어보는 일을 위하여··129 | 잠자는 위치··139
닭을 생각하다··143 | 바쁘게 먹은 밥, 여럿이 먹는 밥··147 | 잠은 힘이 세다··151
목욕탕 자리에서 별자리까지··155 | 책을 버리며··159
당신의 글씨체가 궁금하다··163 | 돌아눕는 밤··167 | 어떻게 사고 뒤돌아서는지··171
모여 있는 것··175 | 이것도 용기··179 | 봉투··183 | 탁류··187

제5장 시원하거나 쓸쓸하거나
나쁜 영화··193 | 멋없는 구두··197 | 태연한 척 산다··201
누구를 위하여 밥을 하나··205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어디로 ··209 | 오래된 사마귀··214
그뿐이면 족하지··218 | 흐르는 강물처럼··222 | 생존을 위한 나태··227
피자 때문에 슬퍼진 저녁··231 | 바이러스에 갇히다··235 | 태백으로 가는 기차··239
브라 이야기··243 | 노천탕에서··246

저자소개

권현옥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01년 『현대수필』로 등단하여 글쓰기를 시작하고 첫 수필집 『갈아타는 곳에 서다』를 내다. 수필집 『속살을 보다』를 발간하고 2007 문화예술위원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다. 2014년 『속아도 꿈결』을 내며 제10회 구름카페문학상을 수상하고 선집으로 『커졌다 작아지다』를 엮다. 이듬해 수필과비평사의 100인 선집 『귀지 파는 법』을 내다. 2003년~2018년 『현대수필』 편집위원을 역임, 현 『계간현대수필』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문화센터 수필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북촌시사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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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싸움의 언어」
부부의 언어는 시를 일찌감치 넘어 산문의 언어로 갔다.
이쯤에선 말에 고집이 들었거나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거나 아니면 너무 잘 알고 있어 귀찮은 언어의 언덕에 와 있기까지 하다. 부부싸움의 언어 역시 그렇다.
연애할 때는 시가 되려고 했거나 시가 되었던 때가 있었다. 칼국수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나오면 그가 사라졌다. 조금 뒤 나에게 달려와 껌을 내밀 때의 행동을 시로 읽었다. 늦은 열차로 서울서 달려와 내 방의 불빛을 보고 돌아갔음을 알았을 때도 그랬다. 대문 바로 옆 담 위에 얹어놓은 돌 하나가 시였다. 그를 만나러 다방 문을 밀 때의 떨림도, 싸움도 화해도 시처럼 강렬했고 가슴 뭉클했다.
부부가 되고 생활이 시작된 후 언어는 은유 내에 있고 싶어했지만 그럴수록 까다로웠다. 필요성과 합리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편한 문장으로 말했다. 시는 필요 없게 되었지만 시를 바라는 맘도 접지 못해서 섭섭함이나 답답함을 키웠다. 이미 화장실 앞에서 수없이 만난 사이고 식탁에서 실컷 먹는 모습도 수없이 봐온 사이다. 그렇다고 매사 느낀 것을 말한 사이가 아니라 시의 언어로는 턱도 없었다.
“내가 언제 그런 뜻으로 말했어?”
“그럼 그런 뜻이 아니고 뭐야.”
독해력 시험을 많이도 풀어봤지만 부부의 언어에는 독해력이 너무 적용돼서 힘들 때가 있고 빨간 줄을 쳐놓은 것처럼 확 들어온 단어로 꼬투리를 삼은 적도 많았다. 말이란 말을 받는 사람의 것이어서 내보낸 말과 받는 사람의 심정이 어긋나는 데 불씨가 있다. 그래서 부부의 언어는 수필도 아니다. 서로의 구석진 치부를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한번쯤 독이 묻은 화살을 쏘는 걸 보면 그렇다. 정돈된 수필의 언어는 예의가 가득해서 행간으로 들어가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 않은가. 수필의 문장으로 내가 말을 했다면 싸움은 없었을지 모른다.
어떤 언어가 서로의 이해를 돕는 언어일까. 며칠을 생각해보아도 성격을 넘어서는 언어는 없는 것 같다. 내 성격대로 잔소리 없는 스타일이지만 무뚝뚝하여 맘에 들지 않을 때는 정곡을 꼭 찌르던 일이 생각난다.
나에게는 도수가 높은 색안경이 하나 있다. 술에 대한 분노였다. 아버지의 술로 고통받았던 성장기 때문에 유독 술에 대해 예민해져 있었다. 가장 싫어하는 남자의 모습이 술 취한 모습이라고 정해놓았다. 그런데 남편은 술을 넘치게 마셨다. 회식이 있다고 한 날이면 자정이 넘는 시간 후부터 이미 나는 걱정과 분노로 날이 서 있었고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술에 취해 들어온 날 내 맘은 지옥, 잠재된 분노가 폭발하면서 경멸의 수준까지 표출했다. 술을 과하게 먹는 이유도 있겠지만 나는 습관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남편이 ‘뭐가 문제냐’고 했을 때 나는 ‘술 취한 모습이 싫다’며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에 돌입했다. 모아놓았던 보따리를 푸는 일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며칠간 마음도 통하지 않았다. 드디어는 상대의 급소를 공격했다. 제발 자극이 돼서 고쳐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랬지만 서로가 자신에 대해 깊이 가슴 아파하는 시간만 가졌다. 내 화의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나 자신을 슬프게 했고 남편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에 대한 섭섭함과 자책으로 며칠을 아파했다. 어느 심리학자는 결혼 후 이혼할 확률이 높은 부부는 슬로모션에 포착된 미세 표정에서 경멸의 감정이 있는가로 보았다. 이 무서운 감정은 내가 나를 경멸할 수도 있는 독화살이었다. ‘하필 술 취하는 남편을 만나서…’라며. 어떤 일보다도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세상이 고통스러웠다.
눈물이 나고 회의로 가슴이 저미다가 ‘미안하다’는 말에 또 하루하루가 아까워 잊기로 하자며 살아왔다. 분명 더 잘 살아보자고 하는 토론인데 방식이 엉망이었다. 싸움의 패턴을 고쳐보자고 마음먹었지만 역시 같았다.
그날도 아마 그런 패턴으로 말을 안 하고 있을 때였다. 하필 콘서트장에 가야 하는 날이 왔다. 한 달 전에 사둔 티켓을 버릴 수도 없어 몇 단어로 대화를 하고 차에 탔다. 차 안은 침묵으로 꽉 찼다. 싸움보다 더 시끄러운 고통이 느껴졌다. 콘서트가 시작되고 가수 백지영의 목소리로 가슴이 에이어 왔다. 총 맞은 것처럼 이별이 아프다고, 우리 서로 사랑했는데 우리 이제 헤어진다며, 이러는 내가 더 가여워∼ 이제 다시 사랑 안 하겠다고, 사랑한다 그 한마디 하지 못해서 슬프다고…. 하나같이 헤어지는 슬픔을 노래했다. 한 곡 한 곡 가사에 묻어나오는 바이브레이션은 애절하다 못해 가슴이 아팠다. 정서적으로 아픈 것뿐 아니라 심장이라는 근육이 조이며 아팠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감동적인 콘서트는 없었다. 사랑을 잃었을 때 이렇게 아플 거라는 감성에 실컷 빠진 후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침묵이 시끄럽지 않았다.
“나이 들면 술도 그렇게 못 먹어”라며 인생 선배들이 하던 말이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이 되었고 나는 불안에서 해방이 된 듯하다. 술문제 외에 별다른 싸움 없이 지낸 사이지만 술 싸움의 역사는 치열했음을 인정한다. 루비콘 강을 건널까 말까 하던 시절이 지나고 나는 종종 심심해서, 피곤해서 맥주 캔을 하나씩 뜯곤 한다. 남편이 사다준 술로, 남편이 따라준 술을 꿀꺽 마시고 “후∼” 숨을 내뱉는다.
술로 싸우는 일이 없어지니 이상한 게 눈에 또 보이기 시작하는 건 무언가. 그러나 상관없다. 나도 이상한 여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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