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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5121006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4-10-3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한 생(生)을 살아온 나의 테마는 ‘사랑’ · 4
제1장 가까이 있는 듯 멀리, 다시 그리워
나의 자리 · 13
보고 싶은 딸, 럿셀에게 · 18
어머니의 눈물꽃 · 23
마음의 온도가 궁금해 · 28
의자 · 33
출산의 기억 · 38
감사의 힘 · 42
있을 때 잘해 · 46
제2장 그리움은 별이 되고 나비가 되고
사연이 많은 옷탐 · 55
그날이 오면 · 59
나비와 나 · 64
바보 같은 사랑 · 68
눈길을 걸으며 · 73
순이가 생각나는 밤 · 78
관계 · 83
제3장 그 시절, 그 소녀들이 보고 싶다
국어수업 · 91
아! 옛날이여 · 96
아름다운 사제동행 · 102
자랑스러운 나의 참스승 · 107
잊을 수 없는 제자 · 111
그때, 우리 젊은 날 · 115
‘안’과 ‘못’의 의미 · 119
신자(信者)와 교인(敎人) · 123
제4장 도전으로 가져온 삶의 변화
손편지의 의미와 가치 · 129
흑백영화 〈동주〉 · 136
〈웃는 남자〉를 보고 · 140
나, 정답을 묻다 · 145
내가 사랑하는 별 · 149
색은 나를 춤추게 한다 · 153
꽃차 이야기 · 158
제5장 나이를 잊고, 원하는 삶이어라
내 인생의 대박 · 165
나의 애창곡 · 169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 173
꽃과 사람 · 178
라인댄스는 나의 배터리 · 182
용두사미 · 187
미니멀리즘 · 191
제6장 새로운 눈을 갖는 행복한 여행
무박2일 눈꽃여행 · 197
노을카페 그리고 ‘시월애’ · 201
동백꽃처럼 · 207
나의 뿌리를 찾아서 · 212
동생과 함께한 시간 · 217
정월 대보름 · 223
해설 | 환유로서의 그리움 / 김지헌 · 227
저자소개
책속에서
●… 우리 사이에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서먹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거실 통유리 속 동생의 어깨가 들썩였다. 돌아서 보니 동생이 울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나는 속상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바로 사과했다. 동생도 눈치 없이 굴어 자신이 더 미안하다고, 언니 마음 아프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되었다며 훌쩍였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손등을 토닥여주었다. 얼마 되지도 않아 풀어질 일을 가지고 뭘 했나 싶으니 동생한테 면목이 없었다.
눈물을 흘려 그랬는지 말로 풀어 그랬는지 동생과 나는 사이가 전보다 더 좋아졌음을 느꼈다. 이래서 소통이 중요하다고들 하나보다. 우리는 자주 표현하기로 했다. 표현하다보면 행동으로도 옮겨지고 느낌으로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믿었다.
― 「마음의 온도가 궁금해」 중에서
●… 빗소리와 함께 모두들 둘러앉아 손수 만든 꽃차를 음미한다. 만들 때는 힘들었지만 차를 마시고 즐기는 시간은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눈을 지그시 감으면 그곳은 또 다른 공간이 되었다. 나는 어느 집 정원에 마련된 탁자 위에 투명 유리 찻잔을 바라본다. 누구 집인지도 모를 그곳. 나의 찻잔에도 장미꽃이 피어난다. 장미는 넝쿨 따라 울타리를 오르고 햇살 받은 꽃은 향기로 빛난다. 들릴 듯 말 듯한 음악 소리가 나의 기분을 한껏 달뜨게 한다. 어느 귀부인이 이런 호사를 누릴까.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도 흘끔거리며 정원을 들여다본다. 가만히 찻잔을 들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 천천히 주위를 관망한다. 잘 정돈된 정원은 온갖 꽃들로 가득하고, 거기 나비가 날아오르고,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을 느끼며 눈을 떴다. 잠시 동안의 상상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누구에게도 말해주고 싶지 않은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 「꽃차 이야기」 중에서
●… 그동안 딸이 선물로 보내준 생활용품들이 장식장 안에 하나둘 늘어갔다. 저마다 나비가 장식돼 있다. 보석함, 브로치, 반지, 목걸이, 거울, 책갈피, 지갑 등 다양한 나비 문양들이 볼수록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어쩌다가 내가 나비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나는 바람에 친지들도 나비와 관련된 물품을 보면 구입해 선물로 보내준다. 덕분에 나는 나비용품 수집가가 되었다. 여행할 때나 쇼핑할 때 나비가 있는 소품을 만나면 망설이지 않고 사게 되는 건 오래된 습관이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 그 집 찻잔에도 예쁜 나비가 앉아 있다. 나는 나비를 보며 활짝, 꽃처럼 웃는다. 금방이라도 나비가 내게 안길 것만 같다. 공간의 분위기와 차향은 마음까지 편하게 해준다. 잔을 드니 받침에도 꽃과 나비가 새겨졌다. 순간 나는, 나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앉은 사람들이 나비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 「나비와 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