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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5121259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0-12-09
책 소개
목차
1부
호텔 캘리포니아 · 11
불법체류자 · 12
엘리베이터에서 생긴 일 · 14
TV, 혹은 실내에서 그럭저럭 · 16
TV를 보며 신문을 · 18
충혈 혹은 혈안 · 20
건축의 힘 · 22
어떤 싸움 · 24
너덜너덜한 관계 · 26
가물거린다 · 28
명동에서 · 30
무소식으로 · 32
가을은 무성영화처럼 · 34
저수지에서 · 36
겨울, 그곳에서 · 38
내가 없는 봄풍경 · 40
대리석 속에서 · 42
실종, 또는 공원묘지 사람들 · 43
2부
기억에 대하여 1 · 49
죽음에 대하여 · 50
거리, 또 거리 · 52
자동차 안에서 · 54
가면 뒤에서 · 56
막다른 골목 · 58
기억에 대하여 2 · 61
희생에 대하여 · 62
소문에 대하여 · 64
일몰, 그후 · 66
말씀에 대하여 · 68
이방인 · 70
연극이 끝나고 · 72
부전자전 · 74
이방인 · 76
누가 먼저였는지 · 78
흑과 백 · 80
짓이긴다 · 82
들끓는다 · 84
3부
날개를 달고 난 후에야 · 89
외박 진술서 · 92
저금통에 대해 · 94
화장품 병에 대해 · 96
돋보기 놀이에 대해 · 98
창으로 별빛 가득하여 · 100
겨울 빈대에 대해서 · 102
아스피린, 아달린 · 104
해설 소멸, 새 삶을 위한 백지의 ‘여기’/ 김정수 · 106
저자소개
책속에서
불법체류자
― 시네마 서울
--
스모그가 몹시 끼어 바로 앞도 구분 못한다
나트륨 불빛이 조명처럼 그의 머리를
사각으로 비춰준다, 손을 천천히 든다
갈구하는 그의 눈빛이 손끝을 지나고
독백하는 낮은 목소리, 그러나 높아지며
-
나는 불법,…체류자다…누군가 내게 고―통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았고,…어디로 가느냐고, 나는 답변을 주저했다 지금, 인간의 탈을 쓴 짐승처럼 울면서 순간, 말을…잃는 범죄를 당했다 말은, 가끔은 불편을 초래한다, 이 많은 사람들의 눈이 감시하사…흘끔흘끔 곁눈질하며, 환부(患部)를 드러낸다, 세상…모든 일에 대해…나는 국외자(局外者)이기도 하다 이런, 무책임한…, 지명수배는 아니지만 누군가 미행하는, 듯도 해 시도 때도 없이 놀라…꿍꽝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난, 걸으면 쉬는…기계, 아니다…때론 쉬며 눈물 글썽이며 심장 멈추기도 하는 사람, 혹은 이곳에 없는지도…모른다, 삶에 뜨겁게 동참하고…싶기도 하지만, 왜 이런지 모른다 취했다, 내가 누고 있는 오줌은,…꼭 오뎅국물 같기도 해 내버려둔 세상일들이, 눈에 뒤덮인다, 눈을 녹이면서 얼어붙는, 나의 소외는 내가 만든 것,…수도 있다, 무엇이든 흔적도 없이,…없앨 수도 있을, 나의 슬픈 무력함…의심해본다
-
밤 깊음, 동시에 새벽도 깊고
그는 이 깊음 위를 표류한다
잠시도 쉬지 못할 노동을 지고
한가한 오늘이 또 그에게 넘어온다
--
저수지에서
― 시네마 서울
--
밤은 깨어 있는 힘으로 잠들려는 나를
못살게 군다, 나는 다시 깨어나려는
힘에 붙들려 잠들지도, 깨지도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물을 휘감고 있는 야광 불빛 가물한 점점을
바라본다, 벌써 서너 시간 동안
나를 묶어놓은 몇 마리 고기들이
살림망 틈을 비집고 바라본다
-
물기 없는 떡밥을 이기며
물에서 풀어진 떡밥을 먹은
보이지 않는 플랑크톤을 먹는
새우가 붕어를 먹고,
한가로이 혹은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붕어를 잡아먹은 인간인 내가
이 저수지 한쪽에서 실족하면
물 속 깊숙이
넉넉하게 잠겼다가 부패할 대로 부패하여
누웠는데, 언젠가 내 뱃속에 숨었던
플랑크톤들이 떡밥 풀어지듯 풀어져
나를 뜯어먹는다, 고통도 없는
-
잠깐 선잠 들었던 내가 밤의 발길질에 깨어
물에 비친 나를 바라보니 내가
잠긴 물 속에서 낚싯바늘을 쪼고 있다
앗! 입질이…
물 밖의 내가 나의 입을 꿰기 위해
힘차게 낚싯대를 든다
물안개 잔뜩 피어 앞이…
--
죽음에 대하여
--
새 삶에 이를 것이다
새 삶에 이를 것이다
새 삶에 이를 것이다
세월이여, 끊이지 않는 바람
-
새 삶에 이를 것이다
새 삶에 이를 것이다
새 삶에 이를 것이다
바람이여, 상처 많은 나뭇가지
-
새 삶에 이를 것이다
새 삶에 이를 것이다
새 삶에 이를 것이다
가지여, 끝에 매달린 반딧불 영혼
-
얼마를 돌고 도는가, 그 손쉬운 죽음
이르는 길 누구는 어느새
다른 죽음을 살고, 다시
-
새 삶에 이를 것이다
새 삶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다시 머릿속 사막을 걷는,
모랫바람만 내쉬는 눈먼 낙타처럼
걷다가 죽음에 이를 것이다
-
세포들에, 죽어가는 나는 묻힌다
그 어지러운 분열이 뒤섞여
또 다른 나를 대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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