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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65344344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1-11-25
책 소개
목차
16. 하츠의 고해성사
17. 수프의 방
18. 리디아의 방
19. 위기의 공연
20. 루이의 속임수
21. 에드워드 백작과 루이
22. 하츠의 경고
23. 밝혀진 리디아의 정체
24. 리디아의 일기장
25. 리디아의 일기장 (2)
26. 작전 개시
27. 거미 여인과의 조우
28. 레스토랑 업무의 시작
29. 플라밍고 여인의 이야기
30. 톰의 비밀
31. 아카시아 양의 마지막 공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츠의 입가에 요사한 미소가 그려 졌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말했지.”
하츠가 운을 뗐다.
“자기 집에 불이 났을 때, 빠르게 퍼지는 불길에 쫓겨 급하게 제 몸부터 나오는 자가 있는가 하면…….”
들어 본 적 있는 이야기에 시아는 불안한 눈빛으로 하츠를 마주 보았다.
“그 와중에도 바로 나오지 않고 불길 속에 있는 소중한 것을 구하려다 타 죽는 자가 있다고.”
하츠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시아를 들여다보았다.
“내가 분명 말했을 텐데?”
그가 고개를 숙여 시아와 눈높이를 같게 했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검은 눈동자가 시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잔인한 눈웃음을 흘렸다.
“무언가 소중한 것이 생기면 그게 곧 네 약점이 된다고.”
그 의미를 파악한 시아의 표정이 허물어졌다.
눈앞의 악마는 그녀를 해칠 수 없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것들을 해칠 수는 있다. 그가 해칠 수 있도록 그것들을 만든 것은 그녀 본인이었다. 바보같이.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이제 와서 버리려 해 봤자, 늦었다. 그들은 이미 소중한 친구 들이니까. 그렇게 되어 버렸다. 불행하게도.
“불은 나야.”
하츠가 다정하게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저들은 네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너의 약점이 되겠네.”
저만치에 있는 쥬드와 히로를 응시하며 하츠가 즐거이 속삭였다.
“살려 줄게.”
시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네가 여유롭게 타 죽을 수 있도록.”
원하는 대답이 들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아는 눈을 뜨지 않았다. 안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시키는 일은 혼자서 하자, 응? 또이런 식이면 그땐 쟤네 진짜 죽어.”
- 22. 하츠의 경고
“의리를 지킨다. 뭐 이런 거야? 왜 이렇게 감정적이야. 전에 말했잖아, 여기서 그런 건 필요 없다고.” (중략)
아무리 물어보고 협박해도 결국 그뿐이야, 그냥 참으면 돼. 참고 끝까지 입 다물고 있으면 그만일 거야. 나를 죽이 지는 못하잖아.’ “말 안 해 주면, 쟤들을 죽일 건데.”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니 쥬드와 히로가 여전히 악기를 연주하며 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드높은 벽 위로 드문드문 나 있는 틈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쥬드와 히로를 향해 화살들이 겨누어져 있었다.
하츠가 상냥하게 설명했다.
“화살이 총보다 유일하게 뛰어난 점은, 소리가 없어 얌전 하다는 거지. 공연장에서 총소리가 들렸다간 관객이 끊길 거라고 루이가 질색을 해서 말이야.”
“누군지 말해 주면…… 죽일 거야?”
자신이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시아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애원이 담긴 것 같기도 하고, 갈등이 담긴 것 같기도 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저들을 살릴 여지가 생길 수 있을까.
“그럴 확률이 높다고 봐야지?”
시아가 무슨 말을 해도, 쥬드는 죽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저 쉬이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잔인한 ‘현실’이었다.
“이제부터는 네가 무슨 일을 시켜도 나 혼자 힘으로 할게.
이번 한 번만 봐줘.”
“네가 식당 일을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건, 해돈의 명을 거스른 거나 마찬가지야. 반역자는 어떤 경우에도 축출 해야지.”
그는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악마에게 휘둘려 소중한 인연들을 제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과거의 기억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가 이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자신의 소중한 이를 제 손으로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기며 안도했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 이의 손에 죽는다는 사실 하나에. 눈물겹게 갈아 온 칼을 친구들의 가슴팍에 들이댈 때 그들이 짓는 표정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원망하는 표정과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도 칼을 가슴속에 쑤셔 박고, 그가 죽인 친구들의 시체를 보는 것이 두려워 황급히 고개를 돌려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사실에 감동할 것이다.
“우는 거야?”
‘겨우 이 정도로?’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인연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그조차 마음껏 울지 못했다. 눈물이 앞을 가리려고 할즈음이면 어느새 자신 안에 깃든 악마가 자신의 손으로 또다시 칼을 갈고 있었고, 나날이 반복되는 참혹한 일상에 감정은 점점 무뎌졌다.
- 22. 하츠의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