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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에세이/시
· ISBN : 9791165703608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5-08-28
책 소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이해하려 애쓰던 서툰 시절을 향한 ‘고백의 시집’
이 책은 ‘창비청소년시선’ 시리즈가 새단장한 뒤 처음 내놓는 시집이자 시리즈의 쉰한 번째 권이다. 특히, 이번 표지는 창비교육 청소년 독자단인 ‘한 권단’의 전폭적인 지지로 선정된 것으로 ‘청소년시’가 독자들과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시 쓰는 마음’이라는 코너를 신설하여, 시인이 직접 쓴 다양한 형태의 글을 실을 예정인데 이는 창작자와 독자가 ‘시’라는 매개로 소통하는 만남의 장이 될 것이다.
그 첫 시작인 『나 우는 연기 잘하지』는 복잡미묘한 감정의 파동을 청소년의 언어와 목소리를 빌려 엉뚱하면서 진솔하게 담아낸 청소년시집이다. 200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해 불가능한 세계를 탐색하는 실험적인 시 세계로 주목을 받아 온 김승일 시인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청소년시집이기도 하다.
이번 시집은 청소년 시기를 지나고 있거나,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상황과 감정을 다루고 있으며, 친숙하고 가까운 일상과 감정을 담은 시편들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의 결말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여운을 남기며 펼쳐진다. 시인은 청소년의 말투나 유행을 답습하지 않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감각을 내밀하게 읽어 새로운 표현 방식과 남다른 감각으로 전하여 진정성과 공감, 재미를 가져다주는데, 이는 청소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시집 속 화자와 주변인들을 통해 ‘솔직함이야말로 가장 큰 용기’라는 삶의 진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엉뚱하지만 따뜻한 친구가 되어 줄 것이며, 시 초심자인 성인들에게는 시라는 세계에 발 들이는 마중물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나도 내 얘기가 좋다”
‘익숙함’이란 상자에서 찾아낸 찬란한 감정
그간 독창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온 김승일 시인이 첫 번째 청소년시집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창비청소년시선’ 시리즈의 쉰한 번째 시집으로, 엉뚱하고 솔직한 청소년의 자기 탐색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인은 ‘청소년시’가 무엇인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저 “고백하고 싶은 것이 가장 많았던 때”,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았던 시절”(「시 쓰는 마음」)에 귀 기울이려 애썼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청소년 시기와 지금의 자신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하는데, 이 덕분에 독자는 삶의 어느 시기에 서 있더라도 화자와 그 주변인에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집은 학교와 가정이라는 청소년시에서 친숙한 소재를 주로 다루지만, 시인 특유의 개성이 발휘되어 남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익숙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생활 속의 작은 순간들에 주목하면서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심리를 생생하면서도 섬세하게 짚어 낸 것이다. 이를테면, 반이 갈리면서 “아주아주 조금 멀어진”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쓸쓸함(「다른 반」), 반장 선거 하는 날 옆자리 친구가 “할 사람이 너밖에 없다”고 해서 나갔더니 “내가 날 찍은” 한 표만 받은 일(「한유리의 박력」), 잘생겼다고 소문난 전학생을 “초롱초롱 빛나는” 눈과 “두근거림”으로 기다리는 교실 풍경(「전학생」) 등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별일 아닌 듯 무심한 듯 툭툭 전개되는 장면들은 경험으로 되살아나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데, 이는 곧 다음 시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잠시 교무실에 가서
모두 조용히 하고 기다리는 중
나는 우아인에게
곧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인터넷에서 들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착한 우아인이 울었다
하얀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이 뚝뚝 흐르고
울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인터넷에서 본 것도 아니고
그냥 너무 지루해서
내가 지어낸 얘기였는데
왜 그래 우아인, 다 뻥이야
전쟁이 왜 나
혜성이 왜 떨어져
빙하가 왜 녹아
내 말을 듣고
우아인이 웃는다
나 우는 연기
잘하지?
― 「우아인의 눈물」 전문(24~25쪽)
“절대 버리지 않아야지. 기다려야지.”
용감한 얼굴들을 마주할 때, 비로소 깨닫는 것들
청소년들은 늘 궁금해하고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더 많고,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럽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애써 아는 척을 하고 때로는 거짓말까지 한다. 하지만 들킬까 불안하고, “나는 왜 이 모양이지” 자책하면서 “다시는 거짓말하기 싫어”라고 속으로 다짐한다. “아무것도 몰라도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건 싫어”(「괴로운 속독」)라고 털어놓는 이 모순된 감정은 청소년기의 복잡한 심리를 적실하게 보여 준다. 그러면서 “나만 이렇게 예민한가 싶어서/내가 너무 싫”고 “나만 힘든 것 같아서”(「어쩔 수 없나요」) 슬프고, “어쩐지 인생이 망한 것 같은”(「샌들」)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인생은 다들 처음이라서 다행이다/내가 진짜 잘 살 것 같다”(「처음 사는 인생」)라고 스스로 격려하며 “이제 곧 행복해질 것이라는”(「일기」) 긍정의 마음을 쓰기도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궁금하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반신반의 주저하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독자는 자기 자신을 투영해 볼 수도 있으며, 시인은 여기저기 부딪히며 성장해 가는 청소년들에게 조심스레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다.
네가 그 책 읽어 봤냐고 해서
읽었다고 거짓말하고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에서 샀어
내일까지 다 읽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읽은 척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험공부하는 것 같네
(…)
그 아이돌 그룹 아냐고 해서
안다고 했어
그런데 멤버 이름은 잘 모른다고
미치겠다
나는 왜 이 모양이지
노래도 들어 본 적 없는데
아무것도 몰라도 사랑받고 싶어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건 싫어
항상 시간이 없어
왜 없을까
너는 많이 알고
읽은 척도 안 해서 멋져
네가 되고 싶어
― 「괴로운 속독」 부분(69~71쪽)
“선생님, 저는 정말로 몰라서 질문했어요”
이해해 보려 애쓰는 마음에 대한 고백
청소년기의 혼란스러운 감정은 자기 자신을 향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이야기하지만, 그 내면에는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스며 있다. 단순히 청소년들의 삶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화자를 통해 ‘왜 사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냥 뭔가가 다 마음에 안 들고/나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토라졌다가 엄마가 아프다는 이야기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고민하지만 답을 알 수 없다. “할아버지가 죽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의 죽음을 상상하며 “나는 내가 슬프지 않을까 봐/이상한 애가 될까 봐”(「며칠 만에 만난 친구」) 걱정하기도 한다. 이는 비단 사춘기 청소년들의 고민만은 아닐 터, 모든 세대가 공감할 만한 물음이다. 시 속의 청소년 화자들은 “사는 게 갑자기 이상”해지고 “왜 사는지를 모르겠어서/생각이 너무 많아” 혼란스러워하다가도 “그걸 알려고 산다고 생각하니까 좀 나아졌어요”(「사는 이유」)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하며 자기만의 해답을 내놓기도 한다.
사는 게 갑자기 이상하다
원래도 이상했지만
원래도 궁금했지만
(중략)
국어 학원 선생님이 그랬다
너,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왜 사는지 몰라서 힘들었는데
그걸 알려고 산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좀 나아졌어요
선생님이 나더러 대견하다고 했다
선생님 그런데요
전 아직 많이 슬퍼요
오래 살아도 알아내지 못하면
그러면 힘들 것 같아요
알게 되겠죠?
― 「사는 이유」 부분(111~113쪽)
“나 약간 똑똑하지? 공부는 못해”
‘서툴고 부끄러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용기
‘창비청소년시선’은 표지 전면 리뉴얼과 더불어 이번 시집 『나 우는 연기 잘하지』를 시작으로 「시 쓰는 마음」이라는 코너를 마련하여 시인이 직접 독자와 작품 사이를 연결해 주는 가교를 마련해 두었다. 앞으로도 이 코너에서는 시인이 쓴 다양한 형태의 글을 담아 창작자는 독자에게 한층 더 진솔히 다가가고, 독자는 창작자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만남의 장’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시집에서 김승일 시인은 담담하면서도 진솔한 에세이를 써 내려갔는데, “나는 이 시집에 실린 시를 쓰면서, 자기가 얼마나 바보 같은지 남에게 선뜻 알려 주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라고 밝힌다. 이어서 “고백하는 방법을 알려 주기 위해서 고백한다. 고백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고백한다.”라고 말한다. 이 말에 비추어 보면 이 시집은 결국 ‘고백의 시집’이라 하겠다. 여기서 ‘고백’이란 단순히 가슴속에 꼭꼭 숨겨 놓은 비밀을 털어놓는 일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샌들」) ‘부끄러운 나’를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용기’이다. 아직은 모든 게 서툴고 어리숙하고 실수하고 부족한 모습을 기꺼이 드러내 보이는 ‘솔직함’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함부로 평가할 수 없고, 쉽게 조롱할 수 없다”라는 ‘깨달음’이다.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엿보고 나면 청소년들은 진지하고, 엉뚱하고, 서툴고,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한층 더 용기 낼 수 있을 것이다.
비 오는 날의 공터에서
세상의 전등이 모두 꺼진 시간에
아무도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자신도 신경 쓰지 말고
음악도 없이
한날한시에 모두 모여
춤을 추면 좋겠다고
그러면 서로 사랑에 빠질 거라고
어두워서 누구랑 사랑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너무 확실할 거야 의심하지 않을 거야
구두를 벗고 춤을 추다가
도미노처럼 넘어져도 좋을 것 같다고
우리가 쓰러진 땅은 폭신폭신하고
웃음이 막 터질 거라고
내 친구가 시를 썼다 그래서
나도 친구가 나오는 시를 쓴다
친구가 어딨는지 몰라서
여기에 있으라고 시를 막 쓴다
시는 슬프다
시 쓰는 게 좋다
― 「여기서 만나」 부분(101~103쪽)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아주아주 조금 멀어진
좋은 생각
다른 반
한유리의 권력
전학생
단축 마라톤
두 번째 아빠
우아인의 눈물
지각
배신
학교가 다른 동생
질투
이상한 애들
말싸움
입학 보고서
공룡알 화석
양말만 신고 뛰는 애
제2부 아무것도 몰라도 사랑받고 싶어
사주 카페
며칠 만에 만난 친구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브레멘 음악대
해양 소년단
인터넷 친구
마음 첼로
첫사랑
학교에서 자는 이유
괴로운 속독
친구 집에서
어쩔 수 없나요
순간
전학 간 친구에게 쓴 편지
기말고사
나를 좋아하는 애
제3부 여기서 만나
교생 플라톤 선생님
예고
처음 사는 인생
일기
알아야만 해
여기서 만나
당고개
필름 카메라를 가진 친구
가여운 할머니
사는 이유
나는 착해
지동설
새벽
농구
샌들
시 쓰는 마음_에세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종종 친구랑 대화하다가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고 하고, 듣지도 않은 노래를 들었다고 한다. 다행히 나 말고도 세상엔 그런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자기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을 불쑥 마주치게 된다. 나는 그 바보 같은 거짓말쟁이들이 밉지 않다. (중략)
그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았던 시절에 대해 써 보고자 했다. 고백하고 싶은 것이 가장 많았던 때를 떠올려 보고자 했다. 이 시집을 읽는 친구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으면 했다. 그러던 중에 알게 되었다. 그때랑 지금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 우는 연기 잘하지』 속에서 자기 얘기를 하는 김승일이 실제 나보다 더 착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이 시집 속의 나는 나보다 더 용감하다. - 김승일, 「시 쓰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