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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비평/이론
· ISBN : 9791190434560
· 쪽수 : 168쪽
책 소개
목차
언메이크랩 -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
이계성 -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을 위한 몇 가지 질문
곽영빈 - 행성의 비미래를 위한 신탁
《인기생물》
심효원 - 자연과 미래의 감정론
윤원화 - 비거주자들의 필드워크
김승일 - 요약과 기계와 감정
백희원 - 시간여행
엮고 글쓴이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계 학습을 위한 산불 데이터셋을 보고 있었다. 게임 엔진의 에셋이 함께 쓰이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어떻게 예측하기 위한 것인지 모호했다. 일상화된 재난을 앞둔 인간이 만들어낸 강박 같기도 했다.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기계학습에서 재난의 풍경은 패턴이었다. 국가적 서비스로 자리잡은 이 플랫폼에는 몇몇의 야생 동물들이 분류되어 데이터셋으로 담겨 있었다. 너구리 데이터셋에는 트레일캠으로 찍혀 있는 야생 상태의 너구리와 어딘가 좁은 공간에 가두어진 너구리의 모습이 혼재되어 있었다. 동물 보호를 위한 데이터셋이라는 설명을 다시 읽었보았다. 객체 인식만 되면 만사형통인 그 생산성을 위한 아이러니함에 잠시 당황했다. 객체 인식을 위한 적절한 외곽을 제공하는 것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시선은 그렇게 또 다시 암흑경에 상속되었다. (언메이크랩 -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
전시장의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은 이러한 작품들에 둘러싸여 있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는 재난의 흔적들이 여기서는 비미래의 이야기를 생성해 내는 데이터셋이 된다. 그 흔적이 대형 산불 현장에서 주워 온 나뭇조각이든, 산속에 설치된 트레일 카메라가 포착한 멸종 위기 동물들의 영상이든, 정부 주도 토건사업 과정에서 생겨난 기이한 모래산이든,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에 기록된 재난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하나같이 자연성으로 위장된 재난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올 여름은 즐거울 거야〉의 위장 얼룩말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성의 겉껍질은 기계 시각뿐만 아니라 인간의 시각에도 파레돌리아적 인식 결과를 초래해서, 재난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 자연의 섭리 또는 신의 의지로 보이게끔 한다.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은 이러한 인공적인 자연성을 우화, 그러니까 만들어진 이야기로 각색한다. (이계성 -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을 위한 몇 가지 질문)
“행성적인 것(the planetary)”을 “지구적인 것(the global)”, 또는 ‘지구(globe)’, ‘세계(world)’, ‘대지(earth)’와 구분하면서, 차크라바르티는 인류의 경험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보편적 역사를-아도르노를 경유해-“부정적 보편사”라 부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제 ‘끓는 점’에 도달했다고 얘기되는 기후 위기의 국면에서 언메이크랩의 이번 전시는 “재앙에 대한 공유된 감각에서 발생하는 [이] 보편적인 것”의 “비미래”를 점친다. 어쩌면, “아무런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 말들을 신탁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곽영빈 - 행성의 비미래를 위한 신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