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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030009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1-03-1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제 동생 꼭 처벌해주세요. 제 동생을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진심인가?”
“네. 진심입니다.”
“거래하는 거 아니고?”
“네. 아닙니다.”
최대출 얼굴에 불안이 가득했다. 잠시 후 양희원이 말했다.
“대표님 말씀대로 제 동생은 양아치 맞아요. 그런데 대표님은 제 동생과 뭐가 다른가요?”
양희원의 물음에 최대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양희원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받은 상처를 대표님 따님의 상처와 맞바꿀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없습니다. 상처는 맞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녹음 파일로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따님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제 동생에 대한 책임이 저에게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따님의 불행으로 대표님이 용서받은 시간이 있었다는 거 꼭 기억하십시오. 다음 주부터 저는 새 직장으로 출근합니다. 동생 일로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제 동생 반드시 처벌해주십시오. 저도 내일 경찰서에서 그렇게 말하겠습니다.”
양희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희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대 앞으로 걸어가 주인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양희원을 바라보는 최대출의 눈에 눈물이 어른거렸다. 양희원은 술집 문을 힘껏 밀고 나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술집 안에 우산을 두고 온 이유를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데 자꾸만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내 방 창가에 제라늄 꽃 화분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아니?”
서연의 물음에 동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서연의 방 창가에 왜 그렇게 제라늄 꽃 화분들이 많은지 동현이 알 리 없었다. 잠시 후 서연이 다시 말했다.
“중학교 때 꽃집 앞을 지나다 붉은색 제라늄 꽃 화분을 하나 샀어. 제라늄은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야. 내 방 창가에 두고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매일 정성껏 물을 줬어. 어느 날부터 제라늄 꽃 화분이 하나둘씩 늘어난 거야. 아빠라는 사람이 괴물처럼 변해 나를 때리고 괴롭힌 다음 날이면 내 방 창가에 제라늄 꽃 화분을 하나씩 갖다 놓고 갔어. 내가 그것을 사과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니? 툭하면 반복되는 일이거든. 꽃이 죽든 말든 나는 물 한 번 준 적 없어. 내가 물을 준 건 동현이 네가 준 화분 하나뿐이었어. 내가 산 제라늄은 벌써 죽었고. 가끔씩 파출부 아줌마가 물을 주지 않았다면 창가의 제라늄 꽃들은 모조리 죽었을 거야. 물을 주지 않아 창가에서 버려진 제라늄 꽃 화분이 지금까지 몇 개나 될까? 지난번에 동현이 네가 말했잖아. 내 방 창문 아래 있는 제라늄 꽃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고……. 지금쯤 남아 있는 꽃들도 다 죽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