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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67030702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01-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서러운 꿈
산호 가지 맹세
해경
육지 멀미
숨의 무게
혼백상자 등에 지고
갯닦기
물숨 찾아가는 길
청국장 냄새
감은장아기들
한 손에 빗창 들고
인간이라는 슬픈 이름
영춘의 졸업장
산호 가지 하나
해화
바다는 얼지 않는다
다시 바다
영등의 일기
『푸른 숨』 창작 노트
참고 자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 이걸로 우정 맹세하게.”
연화는 아기 손바닥만 한 산호 가지를 셋으로 잘라 하나씩 나눠준 뒤 말했다.
“고연화, 김영등, 양춘자, 세 동무는 우정을 맹세합니다. 이 산호 가지가 하나인 거마냥 저희도 평생 함께할 거우다.”
씻어놓은 팥알 같은 얼굴들엔 장난기가 사라지고 제법 진지한 빛이 어리었다. 세 동무의 머리 위엔 똑같이 소라 똥 모양 머리 뭉치가 얹혀 있었다. 물에 들 때 거치적거리지 않게 머리를 위로 묶어 틀어 맨 것이었다. 소라똥머리는 얼른 자라 물질을 하고 싶어 하는 여자아이들의 소망이었다.
“니들 이거 죽을 때까지 간직해야 되멘.”
영등과 춘자는 연화 말에 사뭇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다. 난 강오규라고 한다. 공부 배우고 싶지 않니? 저녁때 강습소에 나와서 공부하라.”
영등은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공부에 대한 열망을 오래전 누름돌로 눌러버렸다. 그런데도 공부라는 말에 가슴이 뛰었다.
“세상이 바뀌어서 이젠 여자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캄캄한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주.”
“당장 먹고 사는 게 캄캄하우다. 저녁엔 망건 짜야 해서 공부 배울 짬이 없수다.”
영등은 차갑게 쏘아붙였다. 공부가 싫어서가 아니라 여건이 안 돼서 못 하는 거란 걸 똑똑히 밝히고 싶었다. 남루한 옷에 땀범벅인 자신에 반해 뽀얀 얼굴에 말쑥한 차림새인 상대에 대한 반감도 없지 않았다. 일종의 자기방어 같은 것이었다. 얼마 전부터 춘자 어멍에게 망건 짜는 걸 배우느라 짬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밤에 말총을 엮어 망건을 짜는 건 해녀들의 부업이었다. 섬엔 말이 많아 말총 구하기가 쉬웠다.
“혼자 동생들 돌본단 얘기 연화한테 들었어. 당장 한 치 앞의 어둠을 몰아내는 것도 중하지만, 그보다 중한 건 먼 데 있는 어둠을 물리치는 거주.”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목소리였다. 야학 선생은 누이동생을 보듯 안타까움이 담긴 눈빛으로 영등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