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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서양사 > 서양중세사
· ISBN : 9791167072283
· 쪽수 : 568쪽
· 출판일 : 2026-02-27
책 소개
중세의 농노는 단순히 권리능력이 제한된 신분 범주로만 묶이지 않는다. 저자는 농노를 “영주직영지 경작을 위해 무보수 강제노동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예속농민으로 잡고, 농노제의 핵심을 생산관계와 착취 구조에서 찾는다. 이 정의는 고전장원제라는 토지소유제도 안에서 농민의 노동이 어떻게 지대로 바뀌는지, 그 전환의 고리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이 책이 다루는 범위는 갈리아 북부를 중심으로 한 서유럽의 고전장원제가 지배적이던 시기다. 저자는 방대한 주제를 한 번에 붙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연구를 이어 왔고, 기존 논문들을 바탕으로 하되 자료를 보충하고 오류와 미진함을 손질하며 원고를 새로 다듬었다. 그 축적의 시간이 텍스트의 밀도와 단단함으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 중세 유럽은 정치사나 제도사로 요약되기 쉽다. 이 책은 그 틀을 “생산과 생계”로 돌려 세우며, 역사 서술의 중심을 영주의 저택에서 농민의 밭과 집으로 옮긴다. 농노라는 말에 덧씌워진 막연한 이미지가 아니라, 예속이 작동하는 구체적 장치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게 한다.
생존조건 우선의 분석: 생활수준에 앞선 생산력·체제의 점검
저자는 생활수준을 말하기 전에 생존조건을 먼저 따진다. 생존조건은 농업의 생산력과 사회경제체제가 함께 규정하며, 책의 구성도 그 논리를 따라 농업생산력(제1부)과 고전장원제(제2부)를 앞세운다. 즉 “얼마를 생산했는가”와 “그 생산이 누구의 몫이 되었는가”를 한데 놓고 본다.
제1부에서는 경지제도와 토지이용, 농기구와 재배기술, 농업생산성을 차근차근 짚는다. 제2부에서는 농민보유지가 영주에게는 노동력 재생산의 수단이고, 농민에게는 기본 생계수단이라는 양면성을 드러낸 뒤, 그 대가로 부역과 각종 의무가 부과되는 구조를 설명한다. 갈이질부역처럼 가장 힘든 작업이 수십 일에서 100여 일에 이르렀다는 서술은 “예속”을 시간의 단위로 체감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이 책의 의의는 ‘장원제=막연한 봉건 착취’라는 도식을 넘어, 착취가 어떤 노동 목록과 부담 묶음으로 실현되었는지 보여 준다는 점에 있다.
농업기술의 수준, 토지이용 방식, 보유지의 크기, 의무의 조합이 서로 맞물릴 때 농민의 선택지가 얼마나 좁아지는지 읽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중세사를 전공하는 독자뿐 아니라, 사회경제사의 언어로 세계사를 다시 설명하려는 독자에게도 기준점을 제공한다.
생활수준의 질문: 생존조건의 결과로서의 삶의 수준 점검
제3부는 앞의 두 부분에서 다룬 생존조건의 “결과”로서 생활수준을 묻는다. 저자는 생활수준을 파악하려면 농노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고 못 박고, 그 뒤 의식주 생활을 구체적으로 살핀다. 가족 단위로 생계를 꾸린 현실을 반영해 가족제도까지 함께 다룬다는 점이 이 부분의 뼈대다.
결론에서 제시되는 수치들은 이 책의 문제의식을 또렷하게 정리한다. 농노의 노동 가운데 절반 이상, 경우에 따라 3분의 2 이상이 영주에게 착취되었다는 진술은 “부역”이 생활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이었음을 말한다. 동시에 고전장원제 아래서 지배적인 가족제는 부부와 자녀 약 2.5명으로 구성된 소가족제였고, 농노가계의 총수입은 곡물 수확량과 축산물을 합쳐 2,310~6,899리터로 추정된다고 정리한다. 먹고 마시는 문제에서는 농민층이 호밀·보리·귀리로 만든 검은 빵이나 죽을 먹었고, 식사 때 포도주나 맥주를 곁들였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이 책은 고전장원제 아래 농민의 생계가 어떤 조건에서 유지되었는지, 그 유지가 어떤 노동과 부담을 요구했는지, 그래서 생활수준이 어떻게 정해졌는지까지 한 흐름으로 보여 준다. 중세 유럽 사회경제사 연구자와 대학원생, 세계사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 “노동과 생계”라는 렌즈로 역사를 읽고 싶은 독자에게 도움이 된다.
목차
머리말
서론
제1부 농노 삶의 물적 기초로서의 농업생산력
제1장 경지제도: 개방경지제의 발전수준
제2장 토지이용의 형태와 방식
제3장 농기구와 재배기술
제4장 농업생산성
제2부 봉건적 토지소유제로서의 고전장원제와 농노의 생존조건
제1편 농노의 기본적 생계수단: 농민보유지
제5장 농민보유지제도
제6장 농민보유지의 크기
제2편 농노의 기본적 의무와 부담
제7장 경작부역과 수송부역
제8장 잡역과 공납
제9장 농노의 부담총량
제3편 농노 계급의 형성과 권리능력
제10장 결혼관계로 본 고대적 신분제의 해체와 농노 계급의 형성
제11장 농노 계급의 권리능력 제한과 신분세
제3부 농노 계급의 가족제와 생활수준
제12장 가족제도
제13장 농노가계의 수입과 지출
제14장 의식주 생활
결론
저자소개
책속에서
‘농노의 생존조건과 생활수준’이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생존조건 부분과 생활수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활수준은 생존조건의 결과라고 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먼저 생존조건을 분석한 뒤에 생활수준을 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생존조건은 무릇 생산력과 사회경제체제에 의해 규정된다고 할 수 있다. 생산력의 발달수준은 인간의 생존조건과 생활수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차적 요인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산력 수준이 높다고 하더라도 소수가 생산물을 독차지하는 사회라면 다수의 생활수준은 높을 수 없고 빈곤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간의 물질적 삶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산력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체제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서론」 중에서
영지는 일정한 곳에 밀집되어 있지 않았다. 영지를 구성하는 장원들은 영주의 주거 중심지 주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경향을 띠었지만, 대다수가 서로 떨어져 있었으며 일부 장원은 다른 지역에도 소재하는 등 전체적으로 광범한 지역에 걸쳐 산재하는 양상을 띠었다. 특히 왕들이 고정적이고 항구적인 주거지 없이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며 체류했던 카롤링왕조의 왕령지는 산재성이 강했다. 왕령지는 센강과 라인강 사이지역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왕국 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센강과 라인강 사이에서는 왕령지가 17개여 지역에 흩어져 있었으며, 각각의 지역왕령지는 여러 개의 산재된 장원들로 구성되었다.
---제1부, 「농노 삶의 물적 기초로서의 농업생산력」 중에서
갈리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에서 대략 9세기에서 11세기에 이르는 기간에 실시된 고전장원제는 영주가 소유한 장원이라는 대토지가 영주직영지와 농민보유지로 이분되고 영주직영지는 농민보유지 보유자들의 부역노동으로 경작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러한 봉건적 토지소유제도에서 농민보유지는 영주에게는 직영지 경작에 필요한 노동력의 재생산 수단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그 보유자에게는 기본적 생계수단으로서 기능한다. 따라서 크기를 비롯한 농민보유지와 관련된 제도는 이의 보유자인 농노의 생존조건과 삶의 수준에 직접적인 큰 영향을 미친다.
---제2부, 「봉건적 토지소유제로서의 고전장원제와 농노의 생존조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