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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67182333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 작가 후기
책속에서
너는 내 전부였다.
그래서 8년 전의 크리스마스 때 네가 갑자기 내 앞에서 사라졌을 때는 크게 놀랐다.
슬픔보다도 나는 놀라움이 더 컸다.
『아내분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오후 4시 32분.
개점 준비를 하던 차에 걸려온 전화 너머로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남자였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중략)
이윽고 나는 “아아, 그렇군요.”라고 대답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오늘은 가게 문을 못 열겠네’라고 느긋하게 생각했다. ‘미리 준비해 둔 수프는 어쩌지?’라는 생각까지 했다.
지금이니까 안다. 너무나도 심한 슬픔에 직면했을 때, 사람은 자아가 무너지는 것을 피하려고 엉뚱한 곳으로 사고를 전환해 버린다. 그건 태어나면서 갖추고 있는 방어 본능일지도 모른다. 미치지 않기 위해 마음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검은 고양이는 동그마니 앉아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아내가 보고 싶어?”
“그래, 보고 싶어.”
나는 힘을 쥐어 짜냈다.
“아내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내가 살아 있는 어느 시간 속에서……. 그게 설령 허상에 불과하더라도 다시 한번 아내를 만날 수만 있다면 간이 망가지더라도 그러다가 죽더라도 상관없어.”
(중략)
“꿈이든 거짓이든 유령이어도 좋아.”
검은 고양이를 향해 진심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제든 좋으니 내 앞에 나타나면 좋겠어.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
그 순간, 검은 고양이의 파란 눈동자가 빛났다.
“유령이라도 좋다고?”
그러더니 별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만나게 해줄게, 유령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