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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7471215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3-08-25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004
1. 결혼살이
외줄타기 013
아수라의 산물 019
틈틈이 미운 남편 023
틈틈이 예쁜 남편 033
2. 혼자 또 같이
프리마돈나 040
햇빛으로 옷을 벗겨라 043
중년의 성 047
선색후담 051
3. 우리의 파랑새
핀란드가 부럽지 않아 056
가장 가까운 산 062
생각은 꼬리를 물고 065
4. 마음의 정원 양재천
생의 한가운데 073
직진보행 075
뒤늦은 마음 078
5. 우리의 고향 홍천 & 춘천
초스피드 결혼 084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088
낯선 고향 093
6. 우리의 휴양지 강화도 & 속초
다 갖춘 섬 099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106
개구리 에피소드 112
7. 새로운 발견, 전주
전주, 잊을 수 없는 맛집 115
전주, 놓칠 수 없는 체험 122
8. 우리의 밤바다, 여수
불행 끝, 행복 시작 133
여수 밤바람 137
카페가 뭐길래 140
9. 우리의 놀이터, 제주
처음 같은 제주 147
자연이 준 선물 152
우연이 준 선물 156
해녀의 부엌 159
10. 도쿄의 재발견
내겐 너무 어려운 여행 준비 167
긴자의 겉살과 속살 171
벚꽃 천국 신주쿠교엔 182
내가 만난 도쿄 187
11. 마음의 여행은 책방에서
TV보다 책 199
책과 함께라면 203
빛나는 동네 책방 208
맺는 글 21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장미꽃이 꽃 중에 제일 아름답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이 세상에 온통 꽃이라고는 장미밖에 없다면 어떻겠는가? 아마 장미가 특별나게 ‘예쁘다’라고 생각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볼 수 있는 꽃이 장미밖에 없다니…. ‘김나박’이라고 하여 김범수, 나얼, 박효신을 줄여 부르는 말이 있다. 제일 노래를 잘하는 남자 가수 세 명을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 세상에 세 명의 가수밖에 없다면 어떻겠는가? 우리는 다양한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나 궁금할텐데….
이 세상에는 이렇듯 다양한 모습의 꽃과 다양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꽃과 가수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다양한 상점과 제각각의 책들, 색다른 옷, 다른 대상을 그려낸 그림 등. 이 세상에 프로페셔널한 사람들만 책을 쓰거나 직업 가수들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다양성의 관점에서 신선함이 없을 것이다. 나 같은 아마추어가 다듬어지지도 않은 개인적인 단상을 출판한다는 것의 변명은 되지 않겠지만 말이다.
아마추어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예술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축구의 세계에서 동네축구, 청소년 축구가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듯 말이다. 국가대표 선수만 축구를 할 수 있다면 세상 남자들이 얼마나 슬퍼하며 주저앉아 울고 싶을까? 그나마 축구라도 하며 사람도 만나고 스트레스도 날려버리고 있는데. 세련되지 않지만 진실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쓰고 읽을 때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며 공감하고 위로받고 또 살아갈 희망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도 대문호의 작품을 읽으며 무릎을 치고 감동 받은 기억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쓴 경험을 읽으며 훨씬 더 내 얘기 같다는 공감을 한 기억이 많다. 우리는 모두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각자의 소중한 스토리를 말이다. ‘나만 이런가? 나만 외로운가? 나만 아픈가?’라는 생각들은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읽을 때 비로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붕붕 떠다니는 우리를 지구에 묶어준다. 우리 서로 놓치지 말자. 여기 저기 떠 있는 끈의 끝자락을 잡고 언제까지고 아름다운 별 지구에 오래오래 붙어 있자. 슬프도록 아름다운 우리의 삶을 하루라도 더 늘여보자. 나는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특별한 사유의 재주도 없으니 제일 가까운 사람과 사박사박 돌아다닌 얘기를 적어본다. 미운 남편의 행태를 양념 삼아.
김영하는 ‘오래 기다려온 대답’에서 말한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과 인생에 대해 더 이상 호기심을 느끼지 않게 되는 과정이다. 호기심은 한편 피곤한 감정이다. 우리를 어딘가로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든 질문하게 하고 이미 알려진 것들을 의심하게 만드니까.’
- ‘여는 글’ 중에서
내가 아프다고 할 때 분명 남편은 속으로 ‘또 아파?’라고 할 것이다.
‘자기관리를 하지 못해서 아픈 거야. 그리고 그 정도 아픔에 너무 엄살 부리는 거 아니야?’라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
남편의 속마음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면 여자의 놀라운 초능력으로 간파할 수 있다고 대답하고 싶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아내의 기분을 어루만져주면 좋으련만 어쩜 그리도 냉정한지. 아무리 응석을 부려도 남편은 단호했다. 서운해하지 말라며. 인간은 어차피 혼자니 자신의 증상은 자신이 알아서 관리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남편이 냉정한 사람인줄은 알았지만 그날은 칼로 살을 도려내는 것처럼 마음이 시리고 추웠다. 추운 벌판에 벌거벗고 혼자 서 있는 사람처럼 외롭고 막막했다. 혼자인 거 다 알고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옆 사람한테 얘기해서 위로를 받고 싶은 거다. 남편은 그런 걸 잘하지 못한다. 아니면 너무 가까운 사람이 아프니 본인도 겁이 나서 그런 걸까? 아니면 책임감? 그래도 일단 아픈 사람에게 위로를 먼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럴 거면 같이 살 이유가 무엇일까? 힘들고 외로울 때 힘이 되어주기 위해 가정을 꾸린 거 아닌가? 특히 아플 때 돌봐주기 위해 한 집에서 사는 거 아닌가? 남편의 단호한 태도에 상처를 받은 나는 꿋꿋해지기로 했다.
- ‘틈틈이 미운 남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