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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7525864
· 쪽수 : 346쪽
· 출판일 : 2025-03-05
책 소개
목차
1. 무송빌딩의 무법자
2. 용의자들
3. 두 번째 변사 사건
4. 결정적 단서
5. 진술과 진실 사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들은 심심하면 전화를 걸어와 아버지에게 건물을 팔라고 종용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건물 매각할 일은 없다. 무송빌딩은 내 인생이나 다름없어. 벽돌 한 장까지 내가 직접 골라 건물을 올렸다. 네놈이 아무리 졸라도 그것만은 안 돼!”
최무송은 힘주어 못 박았다. 그런 아버지가 한심하다는 듯 아들이 혀를 쯧쯧 찼다.
“아버지는 이제 늙었어. 젊은 사람 말을 들어야 한다니까.”
아버지는 탐욕스러운 아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 최무송의 언성이 높아졌다.
“너는 언제까지 아버지 도움만 받고 살 테냐?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 뭐라도 해 볼 생각을 해야지. 게다가 무송빌딩은 네 것이 아니야. 마치 네 건물처럼 말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네가 그런 식으로 나오면 자선단체에 건물을 기부하고 말 테다!”
최무송은 가슴속의 말들을 꺼내 놓아 후련했다. 그는 아들놈이 괘씸했다. 내 피를 이어받은 아들이건만 친밀감이 없었다. 함께한 시간보다 따로 산 세월이 훨씬 길었다. 최무송은 자신을 돈주머니 이상으로 보지 않는 아들에게 깊은 환멸을 느꼈다. 매달 생활비로도 부족해 재산을 증여해 달라고? 최무송은 70년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느낌이 들었다. 해로를 약속했던 아내와는 이혼을 했고, 하나 있는 아들은 사람 구실을 못한다. 아아, 인생 헛살았어. 최무송은 몹시 침울해졌다.
내겐 무송빌딩뿐이다. 그나마 임차인들과의 친교를 통해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임차인들 중 몇 명과는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홀로 남은 긴 세월을 견디지 못했으리라.
강력 1팀은 용의자 6명을 추려 동기와 기회 면에서 그들의 용의점을 따져 보았다. 여타의 임차인들은 알리바이가 명확하고 혐의점이 없어 용의자 군에서 배제되었다. 최현성의 사망 시간은 9월 22일 08시로 추정되었다.
1. 정선아(헤어숍 원장, 42세): 이혼녀이며 중학생 딸이 있음. 살아 있는 최현성을 본 마지막 목격자로 기회 면에서 용의점 높음. 약효가 늦게 나타나는 독약을 먹였거나 독약 캡슐을 최현성에게 주었을 가능성이 있음.
2. 하민정(염색방 사장, 40세): 뇌졸중 환자인 남편과 고등학생 아들이 있음. 9월 22일 새벽, 최현성의 펜트하우스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입증되지 않음.
3. 이상섭(오마카세 사장, 55세): 처와 남매를 둔 가장. 최현성에게 공짜 식사를 제공하는 등 갑질을 많이 당했음. 음식에 독을 탔을 가능성이 있으나 약효가 늦게 나타나야 하는 등 트릭이 필요함.
4. 김정숙(커피숍 사장, 61세): 독신. 알바생들 문제로 최현성에게 피해를 많이 입었음. 최현성의 음료에 독을 탔을 가능성이 있으나 약효가 늦게 나타나야 하는 등 트릭이 필요함.
5. 윤고운(내과 원장, 34세): 미혼. 최현성이 매우 추근거렸음.
6. 김수나(약사, 27세): 미혼. 최현성을 독살할 동기가 다소 미약. 최현성에게 받은 피해가 다른 용의자들에 비해 적음.
“9월 22일 새벽 정선아의 알리바이는 입증됐나?”
강력 1팀장은 당장에라도 정선아를 연행하라고 명령을 내릴 사람처럼 의심을 가득 담은 어조로 물었다.
“정선아는 9월 22일 00시 10분쯤 펜트하우스를 나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한테 공통된 병력 따윈 없었습니다. 있었다고 해도 둘이 같은 실수를 범할 리 없잖아요.”
황 형사가 김 약사의 엉뚱한 가설을 일축했다. 그의 뺨에서 홍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김수나가 앙증맞게 생긴 이목구비를 일그러뜨렸다.
“모든 불행은 최무송 사장님이 돌아가시면서 시작됐어요. 1년 전만 해도 여기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곳이었어요. 낙원이 따로 없었다고요. 황 형사님, 최무송 사장님의 뺑소니 사건을 조사해 주세요.”
김수나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전 건물주의 뺑소니 교통사고라……, 지 형사는 김수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