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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151116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5-06-16
책 소개
목차
1부 수평선은 물에 젖지 않는다
그를 방랑하다·12
생각은 누구의 주소인가·15
해석을 넘어가고 질문으로 간다·18
춤추는 물컵·20
채널 9.20·24
수평선은 물에 젖지 않는다·26
리기산이 시 속을 지나가다·27
생각을 발가벗기다·30
군산·32
줄장미가 피어나는 생각·34
푸른 건반, 베른·36
바람의 종을 치다·39
시간에 붙어 있는 이끼를 떼다·41
0도의 흐름·43
판화전·45
나를 여는 문·47
장난감과 생각·49
책이 달빛을 읽다·50
기억의 형용사·53
취한 물·55
‘챙모자처럼’, 지금을 살짝 눌러 쓰다·56
사람이라는 곳으로 가 보다·58
시계처럼 눈뜨다·59
오캔, 넷캔, 꿈캔·61
2부 마법의 문자, 펜 아래 흐르는 강물
세상 부스러기 조금 맛보다·64
바텐더가 있는 풍경·66
황혼과 바이올린 소리 사이로·67
앞으로만 그어대는 직선·68
허공에 싹트는 먼지·70
바다의 하루·71
눈물 속에 흐르는 바다·73
나무들도 흔들릴 때 사랑한다·74
손잡이·75
노동에 빠져야 삶을 건지는 사람들·76
영화가 사람을 보다·78
감자를 깎다가 우주를 깎다·79
웃음 하나 불러 타고·80
미소를 들고 돌을 깎았다·81
목숨엔 눈물도 모르는 슬픔이 있다·82
해풍이 혀를 내어 핥아 주고 갔다·83
집 나갈 집도 없다·84
오늘 흘린 시간·86
몰아의 방향·88
다가의 노래·89
말의 하늘에 오로라가 뜬다·93
산 할미 사설·94
3부 일상의 아리아, 비밀의 향기, 너였는가 나였는가 그리움인가
태초를 낳는 아낙·98
습관이 발자국이다·99
한마디 말처럼·100
상처·102
오늘·103
광장에서 들린 말·104
일상의 아리아·107
나무·108
은하수·109
발자국·110
지금만큼 못 넘을 산·111
나뭇잎·112
쌀쌀한 날씨로 쌀을 씻는다·113
시간의 비늘·115
따뜻한 지금·116
노예·118
사랑하고 흐르고·119
절·120
수종사·121
우연의 목소리·122
새벽 시장·124
4부 십일월의 눈동자, 신이 걸어 주는 전화
산국화 피어 있는 길·126
막다른 길·127
물방울 시야·128
길·130
혼잣말·131
도서관 풍경·132
지구 타기·133
나무와 새·134
나무는·135
눈꽃·136
기미·137
거울의 사상·138
시는·139
빗자루 명상·140
트로이의 목마·141
눈 내리는 밤·142
귀걸이·143
신이 타는 자동차·144
강화 기행·145
만추·146
5부 낯선 신을 찾아서, 미래 사냥
스핑크스 눈빛 마주치다·148
베네치아·149
라스베이거스·150
캐리비안 카니발·152
앙크로와트·154
하롱베이·155
하루가 우릴 위해 시중드는데·156
시계·157
흔들리지 않는 법칙·158
새벽·160
더 템플바·162
물음표의 거처·164
여름과 가을 사이·165
해설 | 유성호_시간이 벗어 놓고 간 저 찬란한 한 벌의 옷·168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 수평선은 물에 젖지 않는다
그를 방랑하다
― 천전리 암각화
시간의 소가
신화의 가슴에서 풀 뜯다
안개 입속으로 들어간다
나이나이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시간 삼거리,
어제 오늘 내일 위에
옛날을 되새김하는
돌이 된 소 한 마리
돌의 입술에선 신성한 전언
시간도 멀어지면 베일 쓴 매혹
때론, 미래보다 과거에 더 설랜다
그림 손으로 선사先史 살결 만지고
부호符號 속 향연으로 깊이 들어간다
키르나르 수가르 헤르혀 수마르타 나이나이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얼굴은 본래 신이 주신 가면
가면 같은 남자 얼굴
암호 같은 눈빛
셀 수 없는 시간 너머
그가 나를 응시하고
시선視線에 길을 놓아
나는 그를 방랑한다
수가르 나르메 부카르 흐르카니 나이나이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과거와 현재는 너무 닮은 형제
목숨 건 먹이 사냥
성속聖俗 넘는 남녀 교합
불안의 짝 기도에
취함인가 몰입인가
니네 나네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늙지 않는 영원에
대답 없는 질문의 터
몸에 다녀간 생각들 같은
장소에 왔다 간 동작들 나와
나이나이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나이나이 난시루 나이네 나이루
생각은 누구의 주소인가
― “따라오지 마”! 의 눈동자
내가 바닥이라 부르는 것을
아래층 사람들은 천정이라 부른다
집을 포개 놓으니 의미가 포개졌다
이름은 추상의 문고리
태어나면 물샐 틈 없이 이름이 된다
이름이 짓는 추상의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파트 문을 잠그자 밖이 활짝 열린다
열린 밖은 사람을 크게 잠근다
소리 질러 일하던 공사장 소음이
인부들 따라 가 점심 먹나 보다
뻐꾸기 소리가 내 맘에 잠깐 앉았다 간다
산은 앉아서도 간다
지나가는 등산객이 그의 길이다
길과 풍경을 교환하고
등산복 색깔로 단풍을 만든다
아는 개미도 아닌데,
까만 무관심,
개미를 따라가 ,
자물쇠, 작은 문만 만나고 왔다
전화가 말을 건다
“메소포타미아전을 언제부터 시작하냐”고 물을 때,
“나를 언제부터 세상에 전시했나” 생각하다
‘질문’을 호수에 빠뜨렸다
떨어지는 질문에 호수가 깜짝 놀랐다
놀람에서 빠져나온 물이 눈 깜빡이며
‘흐름’과 언제 ‘결혼했나’ 생각한다
물이 ‘갈증’에 젖고 있다
흐름에 다친 상처를 조금 아파한다
호숫가 나무가 허공에 가지 뼈로 시를 쓴다
봄 여름에 쓴 잎의 문장들을 가을에 날려 보낸 건
내가 본 ‘퇴고’의 최고 ‘명장면’이다
나무는 ‘허공’이,
시가 없을 때부터
시라는 걸 알고 있다
사람들이 주소처럼 길에 가득 서 있다
신기루가 말하는 “따라오지 마”!의 눈동자를 닮았다
따라오지마의 주소들이 번지듯 나타나듯 스미듯 하고 있다
해석을 넘어가고 질문으로 간다
― 갬미페스*
갬미페스 ,
무슨 삶을 넘다가 이리 높은 고개가 되었나
광야는 진공처럼 고요하다
텅 빔의 풍요-,
거대 바위 그릇,
흘러 담기는 원시의 액체
길은 길고 시간은 짧다
짧은 스커트, 시간 아래
길고 긴 갬미페스 다리 조금 보인다
기다림의 이정표, 나무
초록을 건너다니는 징검다리
나무처럼 서 있는 사람 한 그루
시간에 뿌리 깊이 내린다
바람 부는 날은 ㅍ이 바빠-
꽃들은 무슨 잠에서 깨어나나
야생화 표기법
누가 하는 말인가
누가 떨구고 간 웃음 파편인가
무엇이 이리도 무늬 내려 보는가
과정만 연습하는 목숨의 길
오후 다섯 시가
금빛 길을 간다
시간은 부유하다
끝없이 오는 내일
해석을 넘어가고
질문으로 간다
* 스위스 로이커바트의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