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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301733
· 쪽수 : 118쪽
· 출판일 : 2025-06-15
책 소개
목차
1부 시간을 듣다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 13
pm의 초대 … 15
시간의 부동 … 16
꽃들에게 희망을 … 18
봄 문안 … 19
Happy new year! … 20
외출 … 22
숙취 … 24
낙화 … 25
민들레 … 27
밤의 조도 … 29
원고, 최후 진술하세요 … 31
흑설 … 32
갈치 조림 … 34
거미줄 … 36
길고양이 떠나는 오후 … 38
2부 위로를 품다
석화 … 43
간절곶 … 44
거돈사지, 만월 … 46
세로토닌 … 48
동해엔 … 50
엄마가 섬 그늘에 … 52
비스듬한 … 54
의자 위로 앉은 위로 … 56
익명 … 58
독, 毒, 獨 … 60
내란 … 62
쉿! … 64
神의 방귀 냄새를 맡다 … 65
한 뼘의 위로 … 66
상도산로 25번길 … 68
재난 경보 … 70
눈먼 자의 노래 … 72
그들만의 레시피 … 74
고양이 오르골 … 76
3부 기억을 되짚다
소라이 미치미치 개미 똥꾸녁 … 79
해갈 … 82
일곱 살 … 84
달걀 미역국 … 86
재봉틀 … 88
귀뚜라미 한 대 놔드릴까요? … 90
침묵 … 92
미취학 어른이 … 93
지랄의 총량 … 95
나의 지난 연인에게 … 97
거울 … 99
늦둥이를 가졌어 … 101
문득, … 103
앤 셜리 … 105
마침내 … 108
상(床) … 110
저자소개
책속에서
…
그녀의 붉은 립스틱에서는 자두향이 났다
발칙한 향그러움
자두의 시간이 되면
그녀는, 그녀를 두고 나갔다
너그러이 빌려줄 어깨를 열고
말랑한 속살을 팔락이며
있는 줄 잊고 있었던 혀를 깨워 앞세우고는
자두는
빗방울의 걸음으로 걸었다
폭죽처럼 난무하던 자두를 탕진하면
사뿐하게 돌아와
어깨를 닫고 혀는 어디 두었는지 잊기로 한다
아무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심장은
흙으로 방생하고
붉은 맥박 소리와 함께 모든 시간을 되짚어
되짚어
다시 자두를 준비한다
-「외출」
…
어둠이 범람하도록 끓어오른 등은 식을 줄 모르고
뜨거운 등을 토닥이며 네 발의 위로가 속삭인다
-네 등에 꽃씨가 있어
꼬물꼬물 뜨겁게 파고드는 실뿌리의 기척에
화드득 자리에서 일어난 발자국은
느슨해진 호흡을 조이고 경사를 털어내고는
남은 길을 완성하러 떠난다
-「의자 위로 앉은 위로」
막차였다 버스를 타지 않으면 집으로 갈 수 없었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출발하려는 버스를 겨우 잡았다 안도감에 이어 몰려오는 급격한 허기 간식을 살 여유가 없었고 식사를 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젖 먹던 힘까지 탕진하였으니 텅 빈 위장은 아우성을 쳐댔고 갈 길은 아득하다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후각이 헐떡이며 간절한 눈으로 찾아낸 것은 할머니 손에 들린 달걀 봉지, 으깨진 달걀을 든 神의 목소리를 들었다
-모냥은 이렇지만 좀 드실라우?
노랗고 동그란 神의 얼굴 몇 개 내 손위에 강림했고 배고픈 중생 몇이 더 구원을 받았다 버스 안은 神의 방귀 냄새로 훈훈하다
神은 달걀이다
삶은, 달걀이다
-「神의 방귀 냄새를 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