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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68341524
· 쪽수 : 444쪽
책 소개
목차
클로버의 후회 수집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나는 기예르모가 죽어가는 것을 감지했고 그가 이미 의식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그가 두 눈을 뜨고는 한 손을 내 팔 위로 올렸다. 극적이진 않았다. 마치 문밖으로 나가려다 깜빡 잊고 있던 말을 전하는 것처럼 가벼웠다.
“열한 살 때 실수로 여동생의 햄스터를 죽였어.” 그가 읊조렸다.
“여동생을 골려주려고 케이지 문을 열어두었는데 햄스터가 사라지고 말았지. 사흘 후 우리는 소파 쿠션 사이에 끼인 햄스터를 발견했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몸은 마치 수영장에서 수면 위에 누워 부유하는 것처럼 평화로운 무중력상태가 되었다. 그러고는 숨을 거두었다.
가끔은 내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서른여섯, 내 인생은 낯선 이의 죽음을 기다리는 일을 주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차에서 피어오르는 베르가모트 향을 음미하면서 몇 주 만에 처음으로 눈을 감고 몸의 긴장을 풀었다. 내내 감정을 통제하다 보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지만 그렇게 해야 내 일을 잘할 수 있었다. 늘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이 내 의무였다. 의뢰인들이 겁먹고 당황하고 이별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할 때도 나는 침착해야 했다.
“자, 이제 이 성냥 하나하나를 인간의 삶이라 생각해보자. (…) 성냥은 저마다 자기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때로는 겉으로 봐서 보이지 않는 이유 때문에 원래 약한 성냥도 있지. 그리고 성냥을 성냥갑에 얼마나 세게 그었는지, 불을 켜려고 할 때 공기 중에 물방울이 얼마나 많았는지, 바람이 얼마나 불었는지와 같이 외부적인 이유도 있고. 그 모든 것들이 성냥이 얼마나 오래 탈지에 영향을 준단다.”
내가 안달이 나서 엉덩이를 들썩이자 의자 시트의 비닐이 찌이익 소리를 냈다. “근데 그게 죽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할아버지가 다른 성냥 하나를 요란스럽게 그었다. 그 성냥은 할아버지가 하려는 말을 증명하듯 불이 붙자마자 스르르 꺼져버렸다.
“그게 이런 거란다, 아가야. 성냥에 불을 붙이기 전까진 그게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듯 살아보기 전까진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