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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68478411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4-07-1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에디가 아주 천천히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진하게 음미하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 본 중 최고입니다, 뚱보 양반.” 그게 다였다. 아주 간단했다. “그러니까 내가 최고라고.” 지난 몇 년간 그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너무 명백하고 간결해져서 아무도, 심지어 찰리도 모를 리 없었다. “내가 최고라고. 당신이 날 이길지라도, 내가 최고야.” 눈가의 흐릿함이 다시 선명해졌고, 뚱보가 당구대 옆에 서서 초록색 표면 위로 손을 내린 채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당신이 날 이길지라도…….
자네는 핑곗거리를 찾으면서 그 짐도 같이 내려놓은 거야. 그런 다음 자기 연민을 배우게 되지.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쾌감을 느끼는 방법을 배운다네. 그게 바로 최고의 실내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거지. 자기 연민.” 버트의 얼굴에 활기찬 미소가 번졌다. “모두가 그 스포츠를 즐겨 해. 특히 태생적으로 패배자인 인간들은.”
“좋아, 에디.”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이겼어. 그러니까 큐대나 올려. 당신은 항상 이기잖아.”
그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더 쓸데없는 소리군.” 그러나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 상황에서 벗어났다.
“날 보고 있는 당신의 눈은,” 상처받고 화가 난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서, 그러나 목소리에는 평정을 유지하고서 말했다. “당구 게임에서 당신한테 진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잖아. 방금 돈을 땄으니까 이제 자존심까지 원하는 건가?”
“내가 원하는 건 돈뿐이야.”
“그렇겠지.” 그녀가 말했다. “아무렴 돈뿐이지. 그리고 인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우아한 즐거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