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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68550872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2-11-25
목차
머리말 14
아버지에 대한 기억 20
가난의 굴레 34
달빛 바다 52
소박하고 작은 꿈 71
그리움 92
용왕의 아들 115
인연 135
영혼으로 사는 아이 171
새로운 도전 211
어머니 248
찔레꽃 피는 날과 바람 부는 날 274
등단 295
임종 310
고별 353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머니가 부엌으로 나가셔서 오늘 가져온 보리쌀로 밥을 지어 가족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사이에도 파도는 간간이 집 안으로 몰려들어 왔다. 아마 그 당시 우리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어머니가 가져온 보리쌀이지만, 밥을 지어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것이 그때 당시 우리 가족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밤이 이슥하도록 우리는 바다에 은은히 내리는 달빛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달이 밝은 밤이면 바다 위에 내리는 달빛이 좋아 바닷가로 내려와 앉아, 바다와 이야기도 하고, 달빛이 바다와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소월 시에서 느껴보던 시심을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시 속으로 젖어 들었다.
“바다와 달빛이 하는 이야기가 뭔데?”
“달빛이 바다와 나누는 이야기야말로 아무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지!”
“그럼 나는 들을 수 없고 니만 들을 수 있다는 거야?”
“그럼, 나는 다 들을 수 있지!”
누나가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바다는 언제나 내게 무엇이든 가져만 오라고 무엇이든 가져만 가라고, 하거든! 내게 가슴을 열어주며, 슬픈 일도 가지고 오고 기쁜 일도 가지고 와서 함께 나누자고 하지.”
그런데, 어머니보다 누나의 그리움이 내 목을 조이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동안 방황하며 살아온 나 자신이 한없이 가엽고 불쌍한 생각이 들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지금까지 잘못된 일들을 처음으로 다시 돌려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지나간 밤에는 살아남고 싶어서 있는 힘을 다했는데, 오늘은 그렇게 힘들게 살아나온 세상이 한없이 원망스럽고, 이 각박한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외로움에 온몸에 차가운 한기가 들고 있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다가 잠이 들었다.
언제나 바람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만큼, 바람의 방향과 맞지 않을 경우가 가장 위험할 수 있다. 사공은 오늘 밤, 바람은 을진풍(정동풍)이라 우리가 있었던 바다에서 우리 마을로 오기는 어려운 바람이라 했다.
그리고 우리가 일찍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들은 새 소리였다고 했다. 내가 들은 새 소리는 꿈속에서 들은 소리이며, 그 소리는 선주(배를 지키는 신神)의 소리라 했다. 배가 바다에서 갑작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을 만나 위험에 처할 급한 경우가 되면, 선주가 알려 주는 신호 같은 것인데, 그 소리를 누구나 듣는 것이 아니고, 옛날부터 용왕님 아들 많이 들을 수 있는 영적인 소리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