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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550988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2-12-01
목차
5 시인의 말
1부 파피루스의 필사
10 월식
12 빛 창창한 날
13 굴비
14 황사 아토피
15 허방의 집
16 샤갈의 눈
18 우물에 대한 단상
21 남근목
22 호리병 속 둥지
24 파피루스의 필사
26 페달링의 원리 3
27 페르소나 7
30 페르소나 8
32 섬진강
34 향일암
36 페르소나 9
42 물푸레나무 속 명주
2부 에코토피아 Ecotopia
46 자가수정(自家受精)
48 해인사, 팔만대장경
50 로테의 방
52 에코토피아 Ecotopia
55 우물가를 돌다
56 달 속의 싯귀
58 양파
60 담쟁이덩굴
62 늦은 오후 女子들
64 내장산 약국
66 회 뜨는 여자
68 페르소나 10
71 고구마의 생
72 에덴동산의 네펜데스
75 보길도, 유배시첩
76 공중 속 잠언
78 겨울, 물푸레나무
80 대설주의보 2
3부 밀실, 데칼코마니
84 권태, 뱀장어스튜 2
86 페르소나 11
88 밀실, 데칼코마니
90 페달링의 원리 4
92 문門, 술 항아리
94 그릇
95 바늘구멍 속 낙타
96 사랑에 관한 몇 가지 소묘
98 호마이카 자개농
100 페르소나 12
101 옥정호 길 안쪽
102 불편한 도강渡江
103 알바트로스의 날개
106 몽돌
108 콘트라베이스
110 아파트 옆 저녁
4부 들에도 봄은 오는가
112 들에도 봄은 오는가
114 궤도, 레일 위를 달린다
116 미필적고의
118 기억의 뒷장
121 은류(隱流)
122 타인의 타인
124 진동, 빼앗긴 봄
126 사람주나무
128 틀니
130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132 광야의 랩소디
134 다시 세월, 에덴의 동쪽에서
136 은행나무 길
138 못에 대한 기록
140 한 평도 안 되는 삶의 비밀
142 지상의 숟가락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월식
정박 상실한 어둠,
누가 허방에 비애의 안주 걸어놓은 걸까
휘황찬란한 소주방 입간판에 붙들린
주정꾼의 퀭한 눈동자
휘청, 휘청거린다
달을 집어삼킨 빌딩 숲 뒷담화
집어등처럼 늘어선 압구정동 인파 속
에돌아 나오는 찰나
느닷없는 급정거 소리, 길을 막는다
때맞춰 네거리 한복판
경계 신호등에 멈칫 선 낯선 사내 씨팔 씨팔
바람치마 안은 채 대로를 통째 씹어대는 풍경이라니!
위풍당당 또 다른 거리로 편승하겠으나
번지수 잃은 막다른 골목
그 길의 끝 어디쯤인지 혹은 막다름인지
아는 사람 아무도 없다
어둠 깊을수록 독사의 자식처럼
틈 비집고 드는 네온사인, 생은 우회전만 가능할까
물혹 떼어냈다는 친구 만나고 오는 날 문득
어디쯤 건너가고 있는지 몸은 마음을 묻는다
커져가던 혹 떼니 생전 가닿지 않던 곳에 마음 눕더라,
울먹이던 말 도리질 친다
컴컴한 등 뒤로 쏠린 건널목 앞 우두망찰 섰다
**굴비
일시에 붙잡힌 생 질기디 질기게 매달려 사는
너보다 어쩌면 내가 더 차갑고 무섭고 징그러워질 때
은사시나무 흔들림이나 바위섬 석화의 바스락거림
피안의 뒤켠에 숨겨둔 피다만 봉우리
몽돌 밖 굽이치는 서사 구불구불하다
바다의 배를 열면
집어등 따라 손 바쁜 어민들 채비
아직 비릿한 부두의 소금기 버리지 못해
왁자지껄 끌고 들어온 타지인 수다 받아 적는다
누군가 돌아나가고
누군가는 먼 산바라기로 고민하며 길 찾는 오후
물의 나라 통째 몰고 다닌 꼬리지느러미
힘차게 낚아채 한소끔 절여내는가
황석어, 부세, 보구치 널브러진 해안
가는 곳곳 굵고도 허기진 짠내 물씬 빠져나온다
간기 흥건히 배어도 너나없이 휘청거리는 결의 결
켜켜히 접힌 섶간 곰삭여 비로소
감칠 맛 나는 참맛의 진가 한 두릅 엮어낸다
**지상의 숟가락들
가시 박힌 등,
누가 편하게 제 등을 보일 수 있을까
모두 비법을 찾긴 찾아냈을까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 그 무게의 백신에 대하여
누가 입 틀어막았을까
어둔 길 위에서 어떤 방향타 낱말 잃어버렸을까
기둥과 서까래 바로 세우지 못한 입과 입 사이에서
어긋난 틀니처럼 덜컹거리는 음운 현상,
시절 하나 휙 지나간다
첨단 문명의 유배지 제대로 건너긴 건너가고 있는
것일까 쉬운 게 쉬운 것만 아니므로 깨달음 없는
원죄인지 삶의 종말인지 사과나무 중력은
영원불변인가 아닌가
카오스는 카오스를 불러오는 것인데, 모든 시점
1인칭에 머무른 사소한 것들로부터의 행복 타운!
지금 알았던 것 그땐 왜 몰랐을까 하면,
빛의 속도에 맹렬히 뛰어든 고라니는
누가 죽인 주검인가 선택인가 사슬고리 상생인가
하루살이 엎질러진 노동 등지고 넉두리 몇 잔
띄운 채 제 각각 눈시울 붉힌 것인데
ㅍㅅㅏㅠ ㅡ 닿소리 홑소리 엇갈린 발음과 보폭
투가리 바닥에 남은 국물 한 숟가락 좇다
고개 떨군 확신조차 종국에 일일 쌈짓돈인
것이어서 대찬 바람도 궁색한 기회만 엿보고 섰다
문명의 바람 구멍 휑휑한 쇠빗장 밀치고 다시
일어 설 수 있을런지
셔터문 닫힌 의문부호 귀퉁이로 딱 한 점
고향 안부 집어 올린 다 늦은 저녁
둥그레 밥상
연탄 숯불구이집 앞 코 끝만 벌름거리는
안부 몇 건너왔다 건너간다
등과 등뼈의 부대낌 전쟁 같은 시대의 문장
어떤 지문을 키워냈을까 지나간 것은
상여군인 소아마비 넝마꾼 엿장수 아이스께끼
얼음 과자, 비단 비포장 뿐이었을까
5일 장바닥 비암 장수 붓돌이 아부지
아득아득 스쳐 지나간다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거리에
굽은 등뼈 모여 앉는다
세월은 다시, 봄!
굶주린 이마 맞대고 답 없는 수난
나비나비 깃 세운다
어느 발밑에서 썩지 않는 기억으로 막 내리려나
자라난 걱정들, 건너온 속도 애써
둥글게 둥글게 페달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