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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68553002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4-12-13
목차
1 시인의 말
1부 천 개의 달항아리
8 그 집 앞, 노송老松
15 생각의 단단함과 말랑함
17 종의 기원, 물푸레나무
18 묵은 칼의 노래
21 천 개의 달항아리
24 관
27 어부의 저녁
29 슬그머니 우산도 없이
32 페르소나 13
34 알, 닭 한 마리
36 그림자 문서 공식
38 뉴스News, 공장지대
2부 겨울 나무에서 봄 가지로의 초록 기억
42 시의 書, 도전과 웅비
45 모멘텀, 키메라(Chimera)
49 사하라 사막의 별
52 동백은 동백으로
53 네 손을 위한 두 대의 피아노
56 셔터문 닫힌 거리의 거리
59 지금, 당신은 안전하신가요
61 페르소나 14
63 암막 커튼을 치면
67 겨울 나무에서 봄 가지로의 초록 기억
70 심장 수술
73 수상한 일기
76 뻘, 구멍
3부 생명의 書
80 만남과 이별 시론
82 메밀 소금꽃
84 바닷길, 그 섬에 닿으면
87 신들메
90 달항아리
92 배꼽
96 천 년 소나무
98 생명의 書
100 대각성, 광야의 눈
103 꽃게와 랍스터
105 캐논, 칸타빌레
107 푸른 회상
4부 생성과 소멸
110 숨비소리
112 떠나가는 그림자
114 추鰍, 지나간 것에 대하여
119 불의 토네이도
122 수억 번 죽었다 피어나는 신화
127 응급실
130 불새
133 벽(Wall)
136 말할 수 없는 것들의 풍선
138 치유의 방
142 생성과 소멸
144 작가의 후기_심연과 실존의 존재론적 시학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집 앞, 노송老松
1.
-그러므로, 인생이란 기도하는 무릎걸음으로
태초에 거부할 수 없는 성령과 물과 피로 고백하는
신앙인 것인데 종국에 몇 개의 장場 몇 개의 막幕
하나의 극劇 이룬다지요?
길 하나 건넜지요 약속도 없이
차마 걸어 들어가지 못해 은륜의 힘 기대
조금씩 등 떠밀려 들어섭니다
굴렁쇠 마냥 구르는 것도 잠깐이요
스치듯 사라지는 햇빛 아래 안개는 이슬인데
등에 칼 꽂는 손 돌아 나오면
인정도 외면만큼 뼈 시리게 아플까요?
가만 눈 감고 물어보았습니다 반쯤 열린
미닫이만큼 시절도 열렸을까 싶은 날
심장 깊이 박힌 아흔아홉 개의 못과
206개 뼈 모조리 시리디 시려왔습니다
잘려나간 손가락 눈물 피 될 때
시베리아 벌판 그대들 얼음심장 뜨거웠을까요?
이유 없는 눈흘김은 살인 천국이지요
온기 없이 소문만 거푸집으로 들어 올린
터, 고려 시대 여인처럼 기울어진 저울
아궁이 불씨 전멸한 그 물바가지는
토끼가 잃어버린 달의 암호였을까요
우물길 파고 들어가다 불현 이쯤,
뚜벅이 발길 멈춘 게지요
피비린내 장자 상속 손에 쥔 야곱같이
추상 뛰어넘는 지혜는 뱀인데
고조, 증조, 친할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의
그 어머니 혼魂, 평지로 드러누운 채
손발 잇닿은 흔적 하나 없이
개똥꽃민들레개망초며느리밑씻개고들빼기
머리에 이고 지던 시공간
다 어디로 옮겨 앉혔을까요
아으, 촛대 없는 방구석의 침침함이라니!
헛되고 헛되고 헛된 사유
한 줌 흙 빚은 자화상 기록 중인
다 늙은 해, 어느 별 어느 달에서 온 호적인지
쥐도 새도 모르게
그 집 앞, 족적 찾아 그림자로 누웠네요
뒷짐 지고 긴 곰방대로 호령하던 툇마루 앞
허리 구부러진 마당 한갓 춘몽일까요?
서까래 통째 뽑아 야반도주로 이주시킨
야곱 전생 같은 딱, 거기 그 자리
편애의 지팡이며 혹주머니 허리띠 끌고
도둑 같은 복락 꿈꾸던
백발 망부석
한 세기 부비고 씹고 내뱉던 희고 선명한
서까래 그늘 사랑이란,
다이아몬드 반지 그램수가 전부인가
어쩌자고 살모사 발뒤꿈치 사모한 것인지
눈먼 시절 까무러친 것인데
숯불 된 저녁노을 냉가슴에 눌러앉힌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라니!
복원되지 못한 노정
초석의 단단한 뿌리 누가 통째
앗아갔을까 두고 건넜을까
침 뱉은 우물, 뚜껑 덮인 법문에 기대 앉았네요
돌도끼로 콱콱 찍어낸 인감도장,
삼우제도 끝나기 전
통째 끌어안은 대법관 앞
구더기 시글시글한 내용 증명 판도라 상자!
목격한 이들도 “쓰레기네요!” 목청 높여
허허, 끌끌, 쯧쯔 웃었다지요?
은 30냥 양심의 근수 목매 달아 논전답
집문서 씹어 삼키는 쌍심지 화폐 뱃구리가
면도날보다 오싹 소름 돋는 살얼음 속
도낏자루란 사실
들리시나요, 아시나요?
안주머니 단도와 송곳은 또 어쩌구요
가슴 저린 뒤통수에 대고 휘파람 부는
볼멘 싸가지의 싹
사랑 없는 독 가시 얼마쯤 키웠을까요?
오류 부작용은 인성 실종인 것인데
일백 개 바늘 칩 들고 낮밤없이 집어 뜯는
대상포진 세균은 뜨끈한 소금 거즈로
젓갈 담그듯 자근자근 숨죽여 주는 게
물풍선 없애는 기가 막힌 정답이라지요?
보리 껍데기 실린 3막 4장 피날레
쫓기듯 빈손으로 귀향시킨 혈血의 길
당신은 누구십니까
2.
마당 한 켠 신줏단지로 끌어안고
한여름 뙤약볕 드마시며
늙은 소나무 향수 하늘 등 기댄 것인데
뉘라서 옛 주인 맞이할까요
등경은 발 아래 두는 게 아니므로
진실조차 부재한 앞마당
옹이와 상처 없이 딱지 진 시절 어디 있을까만
아물어지지 않는 기억도 있어
씀바귀돌나물냉이돌미나리곰취곤드레취나물더덕
결코 쇠잔해지지 않는 담장
이빨 빠진 짐승 터 백골만 남겨둔 채
그늘로 내려앉았습니다그려
아재들의 나란한 족벌묘 길 닦음했을까
벌목된 수목 이웃 갈길 막는
그 길 그 산 차마 발 떼지 못해 흘깃
돌아본 날
입 큰 독사의 자식들
대문 밖 후딱 스쳐 가면 그만인데
창공은 무슨 일로 능청스레 푸르른 것일까요
혹, 아시나요?
삼우제 끝나기 전 야곱에게 문서 실어 나르던
도둑고양이, 어이해 우물 없는
남새밭에 정착하여 마른 웅덩이 물 채우듯
머나먼 길 내려다본 것일까요
보쌈하듯 떠나보낸 방앗간 안녕하신가요?
믿음 상실한 송곳니
취기 밴 옷 위에 심술 끼얹고
마녀 숲으로 들어가 광풍 휘날리던
그녀는 예뻤을까요?
서둘러 바늘허리에 실 꿰던 날
꽃 같지 않은 청춘 쭈그려 앉은 것인데
누군가의 화서花序*
사막 될 수 있음에 대해 화들짝
가면무도회 종결시킨 것일까요 혹여
확장된 심장 소식 들어 보셨나요?
가시 박힌 토방 주저앉았네요
추락은 날개 달린 비상망
나 • 무 • 의자 휑뎅그렁 내려놓고
열 자 스무 자 백 자 애끓는 천 년 사유
전신 누이시네
3.
다 늦은 저녁 어쩌자고 서녘 낯 붉은가
우주로 전송하는 전설 닮은 꿈
아그배나무 이야기 들은 적 있지요
울지 않는 캔디!
생인손 아린 엄마는 울며 물었어요
네 키 서너 배쯤 되는 천궁 물속
평화로 눕고 걷는 하늘 복 받았으므로
피눈물도 꽃 되었을까?
열매 없는 포도나무 넝쿨담 그, 그 집
쥐구멍 드나들 듯 오가던 댓돌 위 신발
자취도 없고 탱자나무 울타리
가시바람 정찰병만 서성거리네요
눈먼 나라 고래古來적 이야기인가
길보다 무서운 길
내려앉힌 서사 ‘삭제’ 버튼 눌러요
황무지에 쇠심줄 심어놓고
천 년 열매 기다리는 사랑 없는 꽹과리
무명 무당 손 붙들고 영혼 팔아넘긴
오페라, 씹히지 않는 선악과 읽어보세요
울리는 꽹과리는 사랑이요 용서는
B.C, A.D 십자가 종결이지요
창살 없는 가시 의혹만 자라고 태어나
먼 길 떠날 채비 중인
어른아이,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림자 문서 공식
한 방울 떨어트린 엣센스가
부작용을 일으켰을까
생발목 어느 부위 걷다 맺힌 안쓰러움인가
속 알 수 없는 통풍 동반한 것인데
그, 그녀와 어떤 함수관계인지 불현,
아래층에 대한 보고서 시끌벅쩍하다
위급한 동료 요청, 기댈 곳 없는
이승 서류였다는데 그의 의자가 문제였을까
뿔 달린 모자와 지팡이가 문제였을까
먼저 가고 나중 가는, 핀 꽃 피다 진 꽃
나중 필 꽃보다 이름 중한 선물 같은 거래
길은 거기 어디쯤 이문도 남긴 것인데
어긋난 돌쩌귀 되어 영 돌아올 수 없는
보증 수표 뒤로 자식 셋 둔 중년 사내
홀린 듯 달빛 아래 목 매던 날
아무도 계단 오르는 기척 없었으므로
고향 산 좋아 소나무골 능선 아래 누웠다는
소식, 그녀 뒤늦게 울컥한 사유 듣다
날 저물었다 그 후
1012호 아낙, 누구의 문도 두드리지 않았다
국화 한송이로 안부 지적할 때
눈 감은 음성 음절 옹이도 깊어
몇 달 몇 년간 눈과 귀 막았던 것일까
전선에 발 걸린 달처럼
뜬 눈으로도 저녁은 잠들고
오래 묵혀도 딱지지지 않는 옹이
반 뼘 남은 꿈 자루 들고 공중 분해 중이다
단위 농협 30여 년 공든 탑 근무 실적
신용담보 보증 끝에
썩은 사리 밖에 나오지 않았노라
버려진 이승 몽땅 이전시키던 그 날도
흐린 날 오후였다
늦은 햇살 한 줌 길어올리는
숙연한 눈길
튀김집 들락거리는 그녀 앞치마
허리띠 바싹 졸라매고
하루를 바삭하게 굽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