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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552968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4-11-20
목차
머리말 4
작가의 말 5
살인 용의자 11
병림 23
경찰서 36
정동명 46
인력사무소 사장 54
편지 68
오천석, 그리고 배를 타다 81
다시 육지로 108
꿈, 그리고 부모, 형제들 119
구직(求職), 토끼 눈과의 만남 137
거인(巨人) 163
악동의 고백(告白) 186
도깨비 영감 198
토끼 눈과 사랑을 나누다 224
하얀 정원 243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 집 정원에 엄마는 언제나 정원에 서 있는 거예요. 꽃처럼 하얀 모습으로요. 엄마가요. 이 정원 어딘가에 자기가 있다는 거예요. 이 정원 어딘가에. 모르겠어요. 무슨 뜻인지요. 계속해서 그런 꿈을 꾸게 되는지.
중학교 3학년 때, 가을 수학여행을 갔다 왔어요. 집에요 엄마가 없었어요. 울 엄만 항상 언제나요. 집에서 나를 기다렸거든요. 그날 쫄쫄 굶었거든요. 안 오는 거예요. 엄만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날 이후로요. 사라진 거예요. 어느 날 그 사람이 혼자 있는 저를 찾아왔어요. 엄마 일은 자기도 모른댔어요. 같이 파출소에도 가고… 혼자니까 진짜 무서웠거든요. 오빠가 저를 그때 지켜준 거예요. 우린 좋아하게 됐구요. 엄만… 실종 신고를 했어요. 오빠랑 그때부터 같이 살았구요. …첫사랑이거든요. 오빠가 자기가 취직할 때까지만 내가 일을 하기로 했거든요. 일을 다 알아봐 줬거든요. 오빠가요… 저는요. 진짜 오빠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열심히 다 했거든요.
문득 이 순간 그는 새삼 깨닫는 것이었다. 이 감옥 안에서 그의 어떤 상태가 호전된 건 확실했다. 침식의 규칙성, 인간이란 생물에겐 적절한 강제의 규칙성은, 이렇듯 정신과 몸을 호전시키는 건 분명했다.
그는 오랫동안, 그 규칙성의 함몰 상태랄까. 또 밤과 낮의 뒤바뀐 생활, 그 증상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중증일 만치 악화일로였었다.
우선, 뇌의 회로가 예전의 건강했던 어떤 날만큼이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마냥 그는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들 앞에서, 사뭇 신기할 정도인 것이다.
오, 후덥지근한 차 안엔 부드러운 라벤더 향이 가득했고, 이 순간 그는 박 선생이 마련해 놓은 그 멋진 청색 수레를 타고 날아오르는 상상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를 반겨 주는 멋진 수레라 할만했었다!
박 선생의 성격 그대로 차 안은 먼지 하나 없이 청결했고, 다만 그 덩치 큰 인간의 체취만큼은 어쩌지 못해 짙게 배어있는 느낌이었던가. 그는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켰고, 의자를 젖혀 잠시 눈을 감았던 것이다. 그다음은 줄곧 그 우아하고도 멋진 수레가 날아오르며 그를 이끌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