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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68612150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3-11-24
책 소개
목차
가면놀이
특별한 손님
봄비는 꿈결처럼
장마가 지나간 자리
추풍낙엽을 따라 흘러가듯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919, 경성의 봄
아름다워 이름난 꽃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의 공통점이 하나 더 늘었구려.”
“예?”
회상에 젖은 홍설의 얼굴이 단박에 현실로 돌아왔다.
“가배를 좋아하고, 덜 익은 고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말이오.”
‘이 자는 상대가 미소를 잃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구나.’
홍설은 입가에 번지는 웃음만큼이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홍설 씨는 좋아하는 이성상이 어떻게 되오?”
“친일파만 아니면 됩니다.”
“케켁...”
미스터 리는 갑자기 목에 사레가 들렸는지 연신 헛기침을 했다. 홍설은 못 본 척 태연하게 접시를 비워나갔다.
미스터 리는 전속력을 다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조여오는 고통이 밀려왔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전차에 올라탄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고개를 드니 원 지사가 옆에서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 옆에도, 또 그 옆에도 수십 명의 원 지사가 자신을 노려보았다. 천하의 매국노. 더러운 피. 욕설과 함께 돌팔매질이 날아왔다. 미스터 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전차에서 굴러 떨어진 그는 동경 거리 한복판에서 있는 힘껏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억겁의 원죄는 조금도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내가 경솔했소. 죽을 목숨인데 술도 마음대로 못 마시나 싶어 그런 것이니 부디 용서해주시오.”
요한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명화는 그런 그를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자신이 아는 요한은 항상 결단력 있고 거침없는 사내였다. 그런 그가 동요하고 있었다.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김구 선생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말을 들었으니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생전 보지도 않던 신수를 보고 왔으리라. 그러나 혼란만 가중될 뿐, 무엇으로 그의 마음을 달랠 수 있단 말인가. 무엇이 그의 마음을 추슬러줄 것인가.
그때 명화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녀는 잠시 주저했으나 이내 고개를 들었다.
“술이 아닌 다른 음료를... 드시러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