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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68616578
· 쪽수 : 608쪽
· 출판일 : 2026-04-18
책 소개
목차
발간사
마중 나온 사람
고백
죽음의 계곡
상운사
고통의 문
서울행
괴사건
망령
아버지와 딸
절단 수술
증발
5월의 눈보라
해설 | 『산중 눈보라』의 위치-송주현
저자소개
책속에서
새해 새 아침, 베란다 쪽 창으로 신선한 햇빛이 들어온다.
“수술해서 환자가 죽어도 의사는 죄가 안 되지요?”
“과실이 없었는데 죽었다면 도리가 없는 거죠. 그게 죄가 된다면 누가 의사 노릇을 하겠어요. 안 그래요?”
“예, 맞습니다.”
“그래서 수술하기 전에 보호자나 배우자의 확약서를 반드시 받아놓죠. 수술해서 사망을 해도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그래야 나중에 이렇다 저렇다 말썽이 일어나지 않죠.”
초점이 약간 흐릿해진 듯한 눈으로 재미있다는 듯이 임중하를 바라보고 있던 최 처사는 또 혀가 엉뚱한 데로 미끄러지듯 이번에는 불쑥,
“박사님, 법률에 대해서도 잘 아십니까?”
이렇게 물었다.
“의사가 법률에 대해서 잘 알 턱이 있겠소. 법률의 뭘 알고 싶은데요?”
“저…….”
최 처사는 좀 주저하는 듯하더니, 묘하게 씩 한 번 웃고는 입을 열었다.
“사람을 죽여도 십 년인가 이십 년인가 지나면 죄가 없어진다는데, 그게 정말입니까?”
살인죄의 공소시효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정말 의외의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기침 소리가 여전하고, 물러가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듯하더니, 방문에 손을 갖다 대는 듯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썩 물러가지 못할까!”
그러나 미닫이가 스르르 소리 없이 열렸다.
해골 같은 하얀 얼굴이었다. 입언저리에는 피가 지저분하게 묻어 있었다. 아낙네가 말하던 그대로였다.
그런 섬뜩한 몰골로 원산대사를 원망스러운 듯이 쏘아보는 것이 아닌가. 그 퀭한 두 눈의 눈빛이 어둠속에서도 요괴스럽게 번들거렸다.
“아이고—.”
원산대사는 냅다 비명을 질렀다.
망령은 스르르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아낙네가 뒤집어쓰고 있는 이불을 걷어붙이려고 천천히 손 하나를 내밀어 이불자락을 거머쥐려 하고 있었다.
원산대사는 얼른 방바닥을 더듬어 목탁을 찾았다. 목탁을 똑똑똑…… 마구 두들기며 천수경을 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관세음나무불(觀世音南無佛) 여불유인여불유연(如佛有因如佛有緣) 불법승연상락아(佛法僧緣常樂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