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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68615274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5-10-24
책 소개
목차
발간사
은장도 이야기
송 노파의 칼
봄 뻐꾸기
비(碑)가 있는 마을
그해의 저녁놀
직녀기
제1장
제2장
해설 | 폭력적 운명을 가로지르는 존재의 정동(情動)-김문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전기가 나갔다. 송말선 노파는 부스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더듬더듬 머리맡의 성냥을 찾는다.
신방 안이 캄캄해지자, 첫선이는 절로 후유? 가볍게 숨이 내쉬어졌다. 이제 됐다는, 큰언니로서의 안도의 숨이었다. 그놈의 동팔이 녀석 때문에 하마터면 큰 낭패를 볼 뻔했는데, 용케 잘 넘기지 않았는가 말이다. 첫선이는 자신의 능청스러운 구변이 자기가 생각해도 새삼 대견하기만 했다.
그리고 상객 어른을 딴 집에 모신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너 집 건너에 있는 당숙네 사랑채에 모셨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만일 집의 사랑방에 모셨더라면 어쩔 뻔했는가 말이다. 동팔이 녀석의 그 소동을 상객이 직접 보았다면 딸을 출가시키는 집으로서 그런 낭패와 망신이 어디 있겠는가. 어떻게 변명을 하며, 변명을 한들 곧이듣겠는가 말이다.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날 잔치가 끝나고, 저녁에 세 남매가 상의를 했었다. 먼저 어머니의 고향인 평촌과 시집간 마을인 각싯골을 훈규가 모시고 찾아가기로 했고, 다음은 대구로 가서 이번에는 정애가 이어받아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그 후에 살았던 몇 군데를 안내해 드리기로 했다. 둘은 다 차를 손수 운전하는 터이라 편리했다. 장남인 훈식은 스케줄에서 빠진 셈인데 차가 없어서 불편한 점도 있고, 또 평소에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터이고 해서 훈규와 정애가 이번 일은 둘이서 나누어 맡기로 했던 것이다.
그때도 평촌이 수몰되어 댐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찾아가도 옛 마을을 볼 수가 없는데 뭣 하러…… 하고 훈석과 정애는 별로 신통찮은 표정이었으나, 호수로 변한 옛 고향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훈규는 오히려 더 흥미가 동하는 것 같았다. 송 노파 역시,
“마을은 물에 잠겨도, 산은 남아 있을 거 앙이가.”
하고 말했다.
그래서 훈규는 연휴를 택해서 명수도 데리고 서울을 떠났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