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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69095921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26-09-01
책 소개
목차
하늘의 눈
비너스
갈림길 정원
먼지
죽음의 색채를 보다
내 몸엔 네가 겁먹을 무언가가 있어
그 얼굴
그 애가 날 위해 불러준 노래
실재하지 않는 존재
표류의 노래
복수複數의 춤사위
전화를 뚝 끊듯 사라져줘
밤이 너무나 깊어서
작가의 말_새로이 거듭나기
책속에서
여자가 두어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으면 남자가 얼른 원고를 내민다. 오탈자가 없는 타자 원고를 깔끔하게 인쇄했고, 10포인트 글자들은 눈에 무리가 가지만 아름답다. 남자는 자간과 잉크 농도까지 세심하게 조정했다. 하얀 종이에 찍힌 검은 글자들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잡아당겨 가지런히 편 것처럼 반듯하여 흐트러짐이 전혀 없다. 그 글자들처럼 여자는 남자와 처음 시선이 마주친 순간부터 그의 질서 속으로 빠져들었다.
여자는 원고를 받아 배낭에 넣고는 말없이 차를 마저 마신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어나 침실로 향한다.
조용히 사랑을 나눈다._「하늘의 눈」
“나한텐 항상 너무 컸어.” 펑황이 자기 손을 둥수의 손에 포갰다. 두 사람의 겹쳐진 손 사이에서, 그 물체의 핏줄이 미세하게 뛰고 있었다.
“커지기도 해?” 둥수가 물었다.
“어쩔 때는. 그래도 많이 커지진 않고, 갑자기 잠에서 깬 고양이마냥 휘어져 있어. 점점 작아지는 중이고.” 펑황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잠시 동안 그 물체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생명을 지닌 듯 숨 쉬고 꿈틀거린다는 건 매우 확실하지만, ‘커지거나 딱딱해지는’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_「비너스」
어머니의 물건 집착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모든 게 수수께끼였다. 내가 중학생일 때 어머니는 늘 늦게 돌아왔고, 집에 오면 피곤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가 피곤했던 이유는 부업으로 작은 회사에서 경리 업무까지 했기 때문이며, 기운이 없었던 이유는 쓰레기장과 벼룩시장을 돌면서 버려진 가구를 수거하고 ‘값싸고 가성비 좋은 물건’을 잔뜩 사 들고 왔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넝마주이처럼 자전거와 손수레를 이용해 물건을 실어 날랐다. 밀고 끄는 것도 모자라 손에 들고 어깨에 들쳐메고 오는 어머니를 보면, 피리 부는 사나이가 쥐 떼를 몰고 오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이렇게 하루하루 쌓여가며 아파트는 쓰레기 집이 되고 말았다._「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