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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91170360810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I.
II.
III.
IV.
V.
VI.
VII.
VIII.
IX.
X.
XI.
제2부
I.
II.
III.
IV.
V.
VI.
VII.
제3부
I.
II.
III.
IV.
V.
VI.
VII.
제4부
I.
II.
III.
IV.
V.
VI.
VII.
VIII.
IX.
작품 해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연보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
옮긴이 소개
리뷰
책속에서
므이쉬킨 공작은 일어나서 정중하게 로고진에게 손을 내밀며 공손하게 말했다. "영광으로 여기며 기꺼이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좋아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아마 오늘이라도 시간 이 된다면 당장 찾아가겠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당신이 매우 마음에 들어서 찾아간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저한테 외투와 옷을 해 주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것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사실 조만간 옷과 외투가 필요할 것 같거든요. 현재 저는 돈이 한 푼도 없는 상황입니다." "돈은 생깁니다. 저녁이 되면 돈이 생길 겁니다. 오시 지요! … 그런데 공작, 여자에 관심은 많으신지?" "저, 저는, 아뇨, 아뇨! 저는 지병이 있어서 여자를 전혀 모릅니다." "흠, 그렇다면." 로고진은 말했다. "공작, 당신은 완전 천상 유로지비(바보 성자)인데, 신은 당신 같은 사람을 사랑하죠."
처음에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어떤 한 사람이랑 만났던 이야기를 해 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정치범으로써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20분쯤 후에 사면령이 내려졌고, 다른 형벌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사형선고와 사면령 사이 그 20분 동안 몇 분 후면 죽을 것이란 확신을 했지요. 중앙에 기둥이 세 개 있었습니다. 사형수복을 입은 이 죄수들을 기둥으로 데려가 묶었습니다. 기둥 각각 맞은편에 몇 명의 군인들이 조를 이루어 정렬했습니다. 신부님이 십자가를 들고 모든 죄수들 사이를 돌아다녔습니다. 시간이 5분도 채 안 남은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 5분이 그에게는 영겁의 시간 같았으며 너무나 큰 자산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5분이란 시간이 너무 긴 시간처럼 느껴져 이 순간이 마지막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것입니다. 그는 동료들과 이별할 시간 2분, 자기 자신에 대해 마지막으로 돌아볼 시간 2분,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변을 돌아볼 시간을 남겨놓기 위해 시간을 나누어 놓았습니다. 그는 27세의 신체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나이에 죽게 된 것입니다. 동료들과 이별 인사를 나누면서 그는 그 중 한 명에게 질문을 했는데,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동료들과 이별 인사를 한 후에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보려고 할애한 2분의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그는 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데, 3분 후면 이미 다른 누구도, 다른 무엇도 어떤 존재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무엇이 되는 것인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이 순간 생각이 끊이지 않는 것만큼 그에게 괴로운 것도 없었습니다. "죽지 않는다면 어떨까! 삶을 되찾을 수 있다면, 영원함을 가질 수 있지 않을 것인가! 그 영원함이 내 것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나는 1분 1분을 1세기로 바꾸어 한 순간도 잃지 않을 것이며, 매분을 선물로 생각해서 허비해 버리지 않을 텐데!"
"그러면 당신의 아내가 토츠키의 정부로 살았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나요?" "네, 부끄러워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 의지로 토츠키와 산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절대 그 사실에 대해 나무라지 않을 수 있나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나스타시야 필리포브나." 공작은 그녀의 마음을 공감하는 말투로 말했다. "당신에게 말씀드렸듯이 당신이 승낙했다는 사실이 제게는 영광입니다. 당신은 이 말을 듣고 웃었고, 주변에서도 마 찬가지였죠. 아마 저 자체가 우스웠을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무엇이 영광인지를 알고 있기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당신은 지금 스스로를 망치려 하지만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당신에게 로고진이 찾아왔 고, 가브릴라 아르달리오노비치가 당신을 속이려 한 것이 뭐 어떻단 말입니까? 당신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 겁니다. 당신은 도도해 보이지만 스스로를 자책하기 때문에 지금은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당신을 돌봐드리겠습니다. 저는… 저는 당신을 평생 존경하며 살 겁니다, 나스타시야 필리포브나." 공작은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말을 마쳤다.